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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기념 피렌체 여행 (1)

by 빛날현


9년 전, 30대 끝자락에서 내려진 암선고는 말 그대로 삼류영화였다. 출산 후 100일 만에 받는 수술은 마치 내가 시한부라도 선고받은 듯 유언까지 마쳤었다. 그리고 수술날을 기다리며 뭘 할지를 고민했었다. 20대에 나를 설레게 했던 피렌체 두오모를 갈까? 못 이룬 첫사랑을 만나볼까?

당시 나의 선택은 내 옆에 있는 남편과 날 존재하게 하는 아이들이었다.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아마 난 나의 일상을 선택하지 않을까?


두 번째 암선고는 딱! 청천벽력 같았다. 이 ‘마른하늘의 날벼락’은 그만큼의 깨달음을 줬다. 하늘의 뜻이 있음을 알았다. 이 깨달음은 점점 더 나에게 해방감을 주었다. 인생이라는 걸 진지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가볍게 생각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한들 결국 일어나는 일들은 인간이기에 의미를 담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알려주었다. ‘나는 한낱 먼지 같은 존재’라는 것과 또, 그 어떤 누구도 한낱 먼지 같은 존재라는 것을.

내가 부러워했던, 갖고 싶었던, 나의 위에 존재하는 줄 알았던 그 대단한 사람들도 세상의 한낱 먼지 같은 존재라는 것을.

나의 위(stomach)가 가르쳐주었다.

고로, 내 위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아래에도.

그렇게 나는, 위(stomach)도, 위(up)도 없는 여자가 되었다.


첫 번째 암 9주년과 두 번째 암 1주년을 맞아 나 혼자 기획했다. ‘딸과 둘이 떠나는 여행’ 그래~ 피렌체의 두오모를 첫째 딸과 올라보자!

그렇게 시작된 이탈리아 여행은 막내의 합류로, 현재 나는 피렌체이다.


2025.10.01. 여자 셋이 하는 피렌체~

내가 사랑하는 남편이 보내준 여행~

고맙고 사랑해요~^^


무사히~ 건강히~ 여행마무리하고,

추석 지나고 에필로그 올리겠습니다^^

(발행일 어기는 것이 무서워서

피렌체에서 미리 조금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평안한 한가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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