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숭고

by 별들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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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바라보며, 저 별이 나의 별이라 여긴 적이 있었다. 어둠이 아무리 짙어도, 반짝이며 소원을 들어주고 기도를 들어주는 별. 흔들리고 무너지려 할 때도, 조용히 빛을 흘려보내는 별. 그러다 나도 누군가의 별이라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 어둠 속에서도 작게나마 빛을 건네는 사람.


어느 날. 아무도 내게 말을 건네지 않던 그날, 가까운 이들조차 나를 지나치고, 스치는 바람에 잎새만 뚝뚝 떨구던 그 밤. 나는 문득 깨달았다. 그게 아닐 수 있겠구나. 나는 누구의 소원도 담지 못한, 누구의 시선도 머물지 않는, 그저 스쳐가는 바람, 흙먼지 속에 뒹구는 ‘벌레’ 일지도 모르겠다. 황가람의 노래를 들으며 그렇게 느꼈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벌레. 그 단어가 나를 카프카의 <변신>으로 이끌었다. 어느 날 아침, 벌레로 깨어난 한 남자, 그레고르 잠자.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가족을 부양했고, 누구보다 성실했으며, 세상이 시키는 대로 착실히 살아왔다. 그런 그가 벌레가 되었을 때, 가족은 그를 숨기고, 방 안에 가두었다. 세상은 그를 밀어냈다. 그래도 그는 화도 내지 않았고, 울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방 안에 머물렀다. 방 한 칸에 갇혀 점점 작아졌다.


<변신>을 읽고 나면 기이한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레고르가 벌레가 된 것보다 더 이상한 건, 아무도 그에게 "왜 그렇게 되었느냐"라고 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뿐이다. "이제 어떻게 처리하지?"


카프카가 묻는다.

“인간은 언제 인간이 아닐 수 있을까?”


나는 답한다.

“그가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을 때.”


이 슬픈 이야기는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카프카는 자본주의적 생존 논리 속에서 효용 없는 존재로 전락한 현대인의 운명을 보여준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쓸모가 사라질 때, 나의 유용성이 다했을 때, 존재로서도 퇴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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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르 잠자는 쓸모없는 존재인가. 아니다. 그는 ‘벌레’가 아니다. 이 세계에 적응하려 애쓰다 자신이 자신을 잃어버렸을 뿐이다.


그는 사랑했다. 잠 한번 제대로 못 자고 회사와 집에 매여 허덕이던 사람(인트로, 40), 그레고르는 가족을 위해 살았고, ‘변신’ 이후에도 가족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 조용히 숨어 지냈으며, 끝내는 자신이 사라지는 것이 가족에게 더 나을 것이라 판단하고 죽음을 받아들인다.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았고, 누구를 해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그에게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헌신은 존중받지 못했고, 그의 사랑은 기억되지 않았다. 그의 존엄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나도 사랑받는 존재라는 증거는 없었다.’


카프카. 변신.jpg 프란츠 카프카 단편선 <돌연한 출발>, 민음사(2023)


‘사랑’했기에 벌레가 된 사람. 그런데, 나도 사랑이란 걸 했다. 그렇다면, 나 역시 그레고르 잠자일까?


만약, 누군가를 끝까지 탓하지 않고, 욕망 없이 사랑할 수 있으며,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 그 자체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레고르는 어쩌면 나의 또 다른 얼굴이다.


우린 그런 존재들을 기억한다. 누군가의 어둠 속에서, 조명 없이도 묵묵히 빛을 내는 사람. 그 빛이 남을 위한 것이기에 더욱 빛나는 사람. 그가 이렇게 속삭인다.


“아들아,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단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구나.

그래도 괜찮다.

나는 너의 어둠에서

작은 빛이 되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가장 낮은 곳을 기어 다녔을 그가, 이제 가장 높은 곳에서 나를 부른다. 그 빛으로 내가 빛날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안다. 그가 더 이상 유용하지 않고, 그의 헌신이 존중받지 못하며, 그의 희생이 잊히더라도, 그는 끝까지 나를 위해 자기 자신을 덜어냈다는 것을. 바로 그가 진짜 빛나는, 눈부신 별이라는 것을.


노래는 다시, 마지막처럼 울린다.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그레고르 잠자여,

나의 어머니여.

그리고, 나의 아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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