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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반 Sep 12. 2024

프롤로그

삶의 자정작용, 쉼 그리고 왜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는 노래 가사처럼 정말 과거로 물러난 내 인생의 지난 장면들은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과거는 흘려보내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지금, 현재에 집중하라는 모범답안과 같은 삶을 사는 이는 정말 행복한가.

 오늘이 내일의 과거이며 어제의 미래라는 말이 채찍같이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오늘을 그냥 흘려보내면 도태될 것이고, 쉼표 없이 내달리며 힘들어도 참고 견디는 것이 정답이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그러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더 이상 숨이 쉬어지지 않는 ‘오늘’이 몇 년째 이어지던 어느 날, 부지불식간에 눈물이 툭 쏟아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마흔 줄에 들어선 어른이, 떼쓰는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그때, 켜켜이 쌓여 보이지 않는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나의 ‘오늘의 과거’를 들여다보기로 마음먹었다. 남들과 조금 다르기에, 약간 다른 무게로 쌓였던 나의 해묵은 과거를 탐색할 필요가 있음을 자각했다. 혹자는 시간 낭비라고, 쓸데없이 에너지 소모하는 일이라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내가 만들어진 밑바닥에는 그 지난 시간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웅덩이에 고여있는 물과 같은 오늘이 계속된다면 내일이 된다고 해서 흐르는 물로 바뀔 수는 없는 법이다. 삶의 물길을 내고 고인 물은 흘려보내는 자정작용의 법칙을 내 인생에 뒤늦게 적용해 보려 한다.

 맑은 물이 흐르는 내일을 위해서 ‘쉼’, 그리고 ‘왜’라는 질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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