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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3월 20일

-첫째라서 좋아.

by 푸른 잎사귀

서기 1982년 3월 20일 (토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마당

일어난 시각 : 오전 7시

우리 집에서는 내가 제일 큰언니었다.

내 동생들이 다치고 그러면 내가 혼난다.

내가 잘 데리고 놀아야 한다.

나는 자꾸만 혼났는데 오늘은 안 혼났다.

참 기분이 좋았다.

나는 내 동생을 잘 데리고 놀았다고 생각했다.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동생이 다치면 제일 큰 언니인 내가 혼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 같다.

열 살이면 나도 어린아이인데 큰 짐을 안겨준 것 아닌가 싶어진다.

첫째들은 대부분 나와 같을 것이다.

자동으로 동생들을 챙기고 엄마를 챙기고 그렇게 성장한다.

지금 기억엔 동생 때문에 혼났던 기억이 별로 없는데

일기장 속에는 자꾸만 혼났고, 오늘은 안 혼나서 기분이 좋았다는 글을 읽는데

괜스레 맘이 짠해진다.


가끔 둘째나 막내로 태어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첫아이라 모든 게 처음이라 서투르고 뭐든지 조심스럽고

처음 하는 모든 행동과 몸짓에 놀라움과 첫 기쁨을 안겨주었을

첫째인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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