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 있다. 그것을 푸는 방법은 내 머리를 미치게 볶는 일이었다. 5시간에 걸쳐서. 여기에 사자 머리와 같이 볶아진 내 머리 사진을 올리고 싶은 충동마저 든다. 그런데 문제는 안 찍어 두었다. 그리고 아래 사진의 아줌마 머리들보다 내 머리는 더 심했다.
이미지 출처 = tvN '응답하라 1988' 캡처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나에게, 내 어휘의 품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일들이 자꾸 벌어진다. 무슨 말을 해도 우상과도 같이 죽은 자, 꿈쩍도 하지 않는 남편을 매일 본다. 이런 남편을 죽이는 상상을 끊임없이 하면서 결국 내가 종착한 지점은 '굳이 죽일 이유가 있나'라는 것이다. 이미 스스로는 지옥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홍해가 갈라지듯, 항상 그의 주변엔 투명막이 쳐 있다. 홀로 앉아 밥을 먹고 혼자 tv를 보고 가족과 밥을 먹어도 말 한마디 섞지 않는다. 죽이지 않고 곧장 이혼을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내 아이들은 아빠와 소통하지 않아도 그 자리, 아빠의 자리에 있어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참 괴로운 일이다. 나와 아이들의 입장이 서로 다르다. 두 아이들에게 너희들 입장과 내 입장이 다르다고 말했지만, 그들은 잘 모를 것이다. 나 역시 그 나이 때 입버릇처럼 아버지랑 이혼하라고 몇 번을 말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혼을 하지 않으셨다. 그 엄청한 고난의 세월을 견디셨고 당신이 견디셨기 때문에 나에게 그것을 요구한다.
82년생 김지영에서처럼 친정엄마는 내 편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 어머니는 내가 머리를 미치게 볶는 것을 매우 싫어하신다. 얼마 전에 엄마를 만날 일이 있었다. 뵙기 전에 전화를 드렸다. 내가 머리를 미치게 볶았어요. 그런데 내가 이혼을 하는 것이 낫겠어? 아니면 머리를 미친 여자처럼 볶는 것이 낫겠어?라고 어머니께 물었다.어머니는 그냥 웃기만 하셨다. 어머니는 내 머리에 관해 전과 같이 잔소리와 욕을 반복하며 비난하는 어조의 말은 하지 않으셨다. 이것이면 되는가. 이것이면 내 문제가 해결되는가.
이혼과 미친 여자처럼 머리 볶기.. 상관성이 있을까. 마음의 문은 어떤 식으로든 열리지 않고 난 다시 아이들이 대학 들어갈 때까지만 참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중이다. 반드시 이혼자금을 마련하고 헤어질 것을 다짐한다. 아이들을 위해 잠시 보류...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