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대교를 건너며

고통은 무의미하지 않다!

by giant mom

오늘 아침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학교를 향해가며 찍은 사진을 올렸다. 역시 난 똥 손이구나 싶다. 사진에는 잘 나와있지 않지만, 파란 하늘과 파란 강이 청명하기 그지없었다. 개강이 시작되면서 내 고통이 또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무거운 가방과 도시락과 노트북을 들고 이 학교 저 학교를 돌아다녀야 하는 형국. 새벽 5시에 나올 때도 있고 아침 7시에 나올 때도 있다. 학교를 나오기 전부터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도시락을 싸고 내 도시락까지 싸서 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가정형편이 어렵지 않을 때 내가 하는 강의는 나의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남편의 주식투자와 회사에 대한 과도한 충성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진 다음에는, 강의하는 것이 고통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들어죽겠다는 말을 달고 산다.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아마도 설문조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겪는 고통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렇다. 돈 때문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이렇게 힘들게 학교를 향해 가지만 그 강의들이 폐강될 수 있는 위기에 있다. 문학이, 더군다나 고전이 학생들을 뜨겁게 달굴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래서인지 김영하 씨가 한 말이 이 아침에 나에게 위로가 된다. 유명한 철학자의 말은 인용하며, 오늘날 고통 경험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고통이 무의미한 것으로 지각된다는 점.



그럼에도 김영하 씨는 고통은 무의미하지 않다고 한다. "모든 진실은 고통스럽고 고통은 결속이자 자아의 윤곽을 드러내며, 고통은 현실이다.... 문제는 아무리 고통을 회피하려고 해도 반드시 귀환한다는 것이다. "(114) 제다이의 귀환처럼 말이다. 난 이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지하철에서 배낭을 앞으로 메고 혼자 킥킥거리며 좋아했다. 아무리 내가 고통에 관한 책을 읽고 이것을 논해봐야 영원한 고통은 없다. 아버지가 술로 우리 가족을 극심하게 괴롭혔을 때도 이것이 언제 끝이 나나요라고 매일같이 질문을 던졌고, 결국 끝이 났다. 스스로 잘못했으면서도 나와 주변인들을 탓하며 증오의 눈길로 침묵으로 일관했던 남편의 행태도 끝이 났다. 내 몸이 아파 하혈을 심하게 했을 때도 그 일도 끝이 났다. 고통은 계속 지속되지 않는다. 그래서 고통 때문에 내 윤곽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고통을 즐기는 자가 될 수밖에..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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