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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승Helen Jan 29. 2024

그시대의 인맥

밥한끼 먹으면 끝날텐데

 


‘ 뭘 그렇게 복잡하게 하지? 밥 한번 먹자고 해. 밥 한번 먹으면 끝나’


오늘도 옆에서 지켜보던 서울대 출신 전무님이 한마디를 쓱 걸치고 가셨다.


낯선 사람에게 이직을 제안하는 것이  헤드헌팅 사업의 핵심이다. 제일 중요한 작업이 고객으로부터 의뢰받은 후보자 해당하는 ‘군’ 을 정리하는 것 이다. 1차 2차 후보자군을 정리하고 고객과 협의가 되고 나면, 후보자들에게 제안을 시작 한다.


후보자 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 전 까지지 공개되어 있는 다양한 정보와 주변 탐문을 통하여 수백장의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그 과정에서는 후보자가 이직을 생각하고 있을지 없을지 조차 알 수 없다.


생겨날  수 있는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 후보자군에 있은 사람에게 프로젝트를 제안하기 전에 다양한 방법으로 엄청난 양의 조사를 하게 된다. 기본적인 틀은 프로필 분석이다. 이후에는  현재 조직 내에서의 역학 관계와 상황을 파악하고, 본인이 이루고 싶어하는 것과 조직 내에서 한계를 파악한다.


새로 입사한 소위 서울대 출신 중년 이상의 남성인 임원진들은 이런 일반적인 분석 방법을 비효율적이고, ‘ 아는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로 치부하고 측은지심에 가득차서 ‘ 밥이나 한끼 ‘ 레퍼토리를 던지곤 하였다. 예외 없다. 생각해 주는 듯한 말투로 턱 걸치듯 한마디.


병원에 병실 예약하는 것은 전문의와 상담을 하는 것 보다 때로는 더 어렵다. 한정되어 있는 병실의 숫자와 중등도 이상 환자들의 수요공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원에 ‘아는 의사 하나’ 있어야 한다고들 했나 보다. 최근에는 소위 힘있는 사람들도 병실 잡기는 그대로 힘들다. 얼마전에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소위 VIP 에 해당하는 인사가 병원 1인실을 특혜 예약 하고 입원했던 사실이 언론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SNS를 통한 소식의 소통이 반나절이면 대한민국 전체를 덮을 수 있는 IT강국에서 이러한 소식은 그 사람이 소속되어는 조직의 주가에 까지 영향을 친다.


그 분은 아마 엄청 놀랐을 것 이다. ‘ 아니 내가 누군데.’  라는 생각에 울화통이 치밀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분을 그 병실에 입실 시켜 주셨던 어떤 분은 ‘ 그저 동기라서, 이전처럼 편의를 보아준 것 뿐인데’ 라는 생각으로 아마 오늘 지금 이 순간 까지도 상황에 대한 이해가 안 되고 계실 수도 있다.


인맥 이라는 것은, 사람의 관계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길 정도로 이해한다. 인맥은 아는 사람과는 다르다. 엄마들과 만들 수 있는 대화방에서 일어나는 일을 중심으로 설명해 본다.


1)     아는 사람 : 평소에 차 한잔 마시러 가려고 하는데, 대화방에 올렸더니 예정에도 없었는데 열명 가까이 나왔다. 이런 경우는 아는 사람이 많다. 로 정리할 수 있다.


2)     인맥 : 수학 학원을 새롭게 알아 봐야 하는데, 수학 학원에서 실장으로 일 하는 언니를 알고 있다. 전교 1등 하는 아이들만 받는 학원의 원장도 아는 언니이다. ‘ 나 잠깐 차 한잔 하러가도 되요? 학원 알아봐야 해서’ 라고 하며 커피 마시러 들러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 수학학원 관련해서 인맥이 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 밥한번 ‘ 먹으면 병실 예약도 되고 , 안되던 수주도 된다면 그들은 아는 사람인가 인맥이가? 아는 사람이라면 왜 그렇게 까지 하며, 인맥이라면 중간에 존재하는 사회적 약속인 절차는 모두 어떻게 지키고 있었던 것일까? 오늘의 고민은 여기 까지로 정리해 본다.


과거를 살아 보지 않은 나로서, 그 시대의 인맥을 정의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관찰한 사실에 근거한 내용 정리는 다음주에 이어 가는 것으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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