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116. 이혼 92일 차
116. 이혼 92일 차
처가의 제사 일
2014년 5월 31일 일요일 맑음
여자는 새벽에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므로 홀로 아침을 맞았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샤워하고 거주 공간과 고시원, 지하 홀까지 청소하니 1시간 정도가 흘렀다. 원룸에 잠을 자던 ㅇㅇ은 아주 늦게 일어나 카메라를 챙겨 떠났다.
“일부 찍어놓은 화면은 편집해 놔!”
돌아가는 ㅇㅇ에게 그리 말하고, 점심때가 지나 작은 국수 가게로 가서 냉콩국수를 시켰다. 가게는 길게 바 형식의 테이블만 있고 주방은 오픈되었으며, 두 명의 여자가 주문받고 음식을 내놓았다.
오후는 낮잠으로 시간을 보냈다. 403호 아저씨의 전화가 아니었으면 저녁까지 잠들었을 것이었다. 주차 문제로 전화를 받고 내려갔다. 여자가 전화를 걸어올 때도 이때였다. 처가 증조부 제사에 “어떻게 갈 거야?”라고 물었다. 그도 참석하려고 인사비로 50만 원을 꺼냈다가 20만 원은 다시 지갑에 넣었다.
“허세다.”
30만 원을 넣은 봉투에 ‘김 서방’이라고 만년필로 썼다. 결혼 초부터 처가 제사에 참석했고, ‘1억만 벌게 해 주세요.’라며 만원을 인사비로 넣은 것이 30만 원까지 올랐다. 이제는 더 넣고 싶어도 넣을 수 없는 인연의 끈이 끊어지는 마지막 제사 참석이다.
여자가 그의 공간으로 올라왔다. 이어, 질펀한 정사를 벌였다. 좁은 질 사이를 그의 물건이 밀고 들어갈 때, 두 사람 모두 좋아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함에도 이들은 이혼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에 모든 것이 아쉽고 아쉽다.
섹스가 끝나고 301호 입주자가 ‘차를 빼달라’라고 전화했기에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여자가 타고 다니는 볼보 S-60 배터리가 약한 느낌이 들었다. 교환해 주려고 모양과 크기를 측정했다. 자동차는 배터리 외에 운전석 펜더도 찌그러져 있었다. 처가 아파트 주차장에 여자가 주차할 때 그가 발견했다. 상당히 심하게 들어갔는데, 부드러운 물체가 민 것으로 보였다.
“어디서 그랬지?”
여자는 모르는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그도 수리비를 지출할 생각이 없기에 “주차를 아무 곳에나 하니 그러지. 판금 하면 되겠네.”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제사에는 평택 작은아버지 부부와 아들 형제, 처남들 내외, 딸들이었고 사위는 그 혼자 참석했다. 문어숙회와 소주, 홍어에 막걸리를 번갈아 마시다 보니 적당히 취했다. 찬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왔다.
아파트는 ㄴ자 구조로 건너편 집들이 보인다. 그가 보기에 벌집 같았는데, 불이 켜진 집 안에서는 사람들이 움직였다. 그리고 처가 거실도 보였는데 역시 여러 사람이 보였다. 이 아파트도 그가 부동산 경매로 낙찰받아 주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곳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새로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