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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 노마드 Aug 25. 2024

캐나다 공무원을 교육하는 공무원

먹고사니즘에서, 소명과 사명감의 만남까지

퇴근 시간. 만원 지하철. 

'대체 내가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숨 쉬기도 힘든 지하철에서 내 공간을 사수하겠다고 몸을 한껏 움츠리다가 갑자기 문득. 그렇게 현타가 왔다. 


정확히 회고해 보자면, 대학 휴학 후에 한 외국계 회사를 1년 동안 다니면서 내린 결론이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오히려 회사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이 깨진 후, 나는 한층 더 고민에 빠졌다. 

관심 분야는 다양하지만 스페셜티는 없고. 그렇다고 이과생도 아니고. 그런데도 먹고살기 위해 회사를 다녀야 한다면, 난 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커리어 센터에 가서 MBTI 테스트도 보고, 선배와의 대화에도 참여해 보고, 알바도 하고, 인턴도 했다. 그렇게 내가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경계가 명확해져 갔다. 


나는 남을 돕는 걸 좋아한다.

나는 사내 정치를 싫어한다. 정확히 말하면 그 정도의 주변머리가 없다.

나는 남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좋다.

나는 내가 아는 것을 나누는 것이 좋다.


그래서 20대에 HRD (Human Resources Development)를 꿈꾸게 되었다. 기왕 다녀야만 하는 회사라면,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편에 속하는 일을 하기로. 


그러나 결국 난 3년 만에 회사 다니는 게 너무 싫어져서, 퇴사를 했다. 입사하고 처음 3개월 정도는 출근길 발걸음이 제법 가벼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월요병을 얻었다. 일요일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출근하기 싫은 날이 많아졌다.


그래서 캐나다 대학원까지 가서 7년여 동안 악착같이 공부했다. 회사원은 그만하려고. 그런데 결국 돌고 돌아 처음 20대에 꿈꿨던 분야에서 어느덧 10년 차가 되었다니. 아이러니하다.


게다가 이젠 제법 월요일을 즐길 줄 아는 직장인이 되었다.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회사를 다시 열심히 다니게 된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회사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았기 때문이다. 회사와 즐거움이라니. 반바지에 긴 목 양말을 신은 것 같은 느낌이다. 누군가에겐 그 조합이 매우 어색하고, 누군가에겐 너무나 트렌디하게 느껴지는 바로 그것. 그게 내가 다시 회사의 문을 두드린 이유다.


앞에서 밝혔듯, 나는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정보가 없어서 헤매는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어서 안달을 한다. 그래서 나는 20대에 HRD (Human Resources Development)를 꿈꿨고, 20대 때 꿈꾼 대로 결국 HRD를 하고 있다.


HRD에는 여러 가지 직무가 있다. 그중에서도 L&D (Learning & Development)라고 불리는 직무교육 분야가 내 전문이다. L&D에 종사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데서 기쁨을 느낀다. 내가 누군가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 자체. 그로 인해 공공의 이익에 미약하나마 도움이 됐다는 사실. 내가 캐나다 공무원을 교육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다.


다른 분야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지만, 순수하게 HRD 분야에서만 이제 10년 차가 되었다. 그중에서 무려 7년에 가까운 시간을 캐나다에서 보냈다. 게다가 한국에서도 미국계 회사에서만 HRD를 맡았다 보니, 국내 실정보다는 해외 실정에 더 빠삭한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글을 써 보기로 했다. 내가 애정하는 분야에 대해서. 

북미에선 어떤 HRD를 할까. 요새 트렌드는 무엇일까. 앞으로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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