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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 노마드 Oct 14. 2024

직원이 자꾸 그만두는데, 해결책은?

Needs assessment

대일밴드 처방전

'하... 또야?' 

한숨이 저절로 나오는 이유는 한 부처의 교육 프로그램 요청 '사유'란에 적힌 내용 때문이다. 

'신입 사원 교육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너무 많이 그만둡니다. 논의 끝에, 신입 사원 교육 프로그램을 수정하기로 결정이 나서 컨설팅을 요청합니다.'


인사교육 분야에 종사하다보면 자주 마주치는 패턴이 있는데, 이것도 그중 하나다. 

사람들이 자꾸 그만둔다고? 그럼 신입 사원 교육을 만들자. 아니면 기존 교육 프로그램을 개선하자.

실적이 안 나온다고? 세일즈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자.

팀 문화가 이상하다고? 팀빌딩 워크숍을 하자.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지 않은 채, 우선 '교육'을 이용해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땜빵 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캐나다 HR에서는 이를 밴드 에이드 솔루션이라고 부른다. 굳이 해석하자면, 대일밴드 처방쯤 되겠다. 대일밴드로 처방할 수 있는 상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선 눈에 보이는 상처를 가리기에 급급한 경우다. 이런 경우, 교육팀에서 하게 되는 일은 대개 생산 공장을 가동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머리를 쓸 일이 없다. 몸만 쓰면 된다. 왜냐하면 크게 고민하거나 분석할 것도 없이 주어진 내용을 교육 자료로 만들어내는 업무만 남기 때문이다. 물론 비디오, 이러닝, 강사 교육 등 다양한 전달 방식을 고민하거나, 어떻게 하면 좀 더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교육을 만들까 고민하는 과정도 분명히 있다. 


여러 가지 교육 방식을 고민하는 모습 (출처: 디자이너 AI로 생성 | 캐나다 노마드)


다만 교육 디자인이 아무리 잘되어 있더라도, 적재적소에 필요한 내용이 아니라면. 즉, 교육 자체가 '교육을 위한 교육'으로 전락하는 순간. 직원들이 교육을 들을 땐 결국, '이 교육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얼른 듣고 끝내야지'라는 감상만 남길뿐이다. 윗사람이 시키니까. 딴 부서에서 교육이 해결책이라고 하니까.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순간. 이도저도 아닌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다.



원인 분석하기 (Root Cause Analysis)

자, 그럼 '직원들이 자꾸 신입사원 교육이 끝나면 그만둬요. 교육 프로그램 좀 개선해 주세요'하는 요청이 들어왔다면, 당신이 해야 하는 대답은 무엇일까? 

직원들이 계속 그만둬서 고민이시군요. 온보딩 프로그램 개선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 


생각보다 프로젝트 목표가 없는 상태로 교육팀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 경우, 현재 어떤 점이 걱정인지, 어느 부분이 문제점인지, 어떻게 개선되었으면 좋겠는지 차근차근 질문을 해야 한다. 물론 미팅 한 번으로 모든 답을 얻을 수 없다. 첫 미팅에서는 이 부처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 조기 퇴사 비율이 높음)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어필하고, 어떤 식으로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원인을 분석할지 설명하는 것으로 일을 시작하면 된다.


만약 상대방의 답변이 신입사원 조기 퇴사 비율을 줄이는 것이라고 하면, 퇴사 비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퇴사의 원인을 이해하고, 원인에 따라 해결책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이렇게 프로젝트 목표를 바로 즉답할 수 있는 경우는, 신입 사원 조기 퇴사 비율이 높아진 명확한 이유를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런 경우 편하게 대화를 이끌어 가며, 조기 퇴사 비율 1등 공신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교육이 해결책 중 하나가 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서 이전 편에서 말한 것과 같은 잡 셰도잉뿐 아니라, 직무 분석, 인터뷰, 기존 교육 자료 분석, 직무 관련 통계 자료 분석, 타 기관 프로그램 및 업계 트렌드 분석, 원인 분석 기법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야 한다. 


어떻게 현재 상태를 진단할지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 (출처: 캐나다 노마드)


열이면 열. 교육 이외의 원인이 드러난다. 보통 리더십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태반이다 (예: 인력이 없어서 사람들이 번아웃이 온 경우, 연계 팀 간의 협력이 불가능한 경우, 채용 방식이 잘못된 경우, 경직된 팀 문화 등). 즉,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는 문제인 경우가 대다수다. 더불어 신입사원 교육뿐 아니라 전반적인 교육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리더십 혹은 코칭 프로그램 부재). 


이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교육이 일부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하는 점이다. 나는 대개 교육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도 같이 보고하고, 교육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하이라이트 하는 편이다. 또한 교육의 효과를 실제로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고 목표를 정한다.


문제는 교육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프로젝트의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다 (예: 신입사원이 처음부터 일을 제대로 못하면 바로 무시하는 문화). 이런 경우, 교육 프로그램을 개선해도 팀 문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교육 효과가 매우 미미할 것이라는 점을 리더십팀에게 분명히 알려야 한다. 이 내용을 전달할 때는, 본인의 주관적인 소견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 혹은 리서치 내용을 바탕으로 보여줘야 한다.


프레젠테이션 및 미팅을 통해 구두로 어느 정도 합의를 도출한 뒤에는, 이를 바탕으로 프로젝트 목표를 명시하고, 교육팀에서 어떤 부분을 도울 것인지 명확하게 밝히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누가 최종 승인을 할 것인지 등을 포함한 프로젝트 계획서를 작성해서 승인을 받는 것으로 일을 시작하면 된다. 



교육 니즈 분석은 HRD에서도 공이 많이 드는 영역이자, 주니어급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와 사정으로 인해) 대충 하고 넘아가는 경우가 많은 단계다. 이 단계에서 리더십팀의 이해를 제대로 구하지 않거나, 문제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종국에는 멋진 쓰레기를 만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불편하고 귀찮아도, 이 부분을 제대로 하는 것. 특히 첫 미팅에서 전문가 포스로 회의를 장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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