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등기배달 전화, 보이스피싱

이번에는 롯데카드

by 성희


"성희고객님 이시죠?" 묻지도 않은 존칭에 '싸한' 기분이 엄습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하자,

**"오늘 오후 3시 등기가 배달될 예정입니다."**라는 안내가 돌아왔습니다. "등기요? 무슨 등기요?"

. "롯데 카드입니다."

"아 예, 오늘 집에 있습니다. 배달해 주세요."라고 친절하게 응대했습니다.
나이가 들자 내가 나의 기억을 못 믿습니다.​처음에는 제가 롯데카드를 발급받은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는 카드를 발급받은 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가족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모두 카드를 발급받은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

내 전화번호로 왔으니 내가 발급받았다는 말인데...' 혼란스러웠습니다.


나는 ​친절하게도 아까 그 배달기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기사님이 헛고생하지 않도록 카드 발급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줄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한번, 두 번.

결국, 이제는 롯데카드회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걸자마자 안내 음성에서 **"롯데카드에서 정보가 유출되었다"며 보이스피싱을 조심하라고 했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나는 곧바로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차단했습니다.

배달을 오지 않고 정보를 빼내갈 줄. 알았지만

혹시나 집으로 배달 올까 봐 오후 3시를 전후하여 잔뜩 겁을 먹고 떨었으나, 다행히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차단된 그 번호에서는 다시 연락이 없었습니다.
​나는 롯데카드를 써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정보는 유출되었나 보다고 생각하며 그냥 지나갔습니다. 알면서도 이야기하다가 말려서 정보를 유출하지는 않을지 두려웠습니다. 누구에게나 착하게 살려고 하는 것은 자신을 불행하게 할 수 있다는데 아무에게나 친절하지 말자라고 되새겼습니다.


​그런데 오늘 또 전화가 왔습니다. 똑같은 패턴이었습니다. 등기. 배달 예정입니다. "무슨 등기요." "롯데카드입니다."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저는 이런 전화를 받은 적이 있고, 어떤 전화인지 알고 있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방은 전화를 뚝 끊어버렸습니다.
​주변에 있던 가족들은 보이스피싱을 할 때 아예 대응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어쩌면 장난을 하려던 마음, 그 사람들을 당황하게 해 주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이 또한 경험이 많은 그들이 미동도 않겠지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하지 말아야 할 일인가 보다 싶었습니다. 씁쓸한 보이스피싱의 굴레였습니다.

keyword
이전 11화댄스게임과 스파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