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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텐트 설치와 갈등의 해소

by 성희

따뜻한 날의 소소한 행복

​딸이 독립해 살던 집에 아들과 제가 들어오면서 겪었던 정신적 피로가 저를 짓눌렀습니다. 최소한의 운동과 집안일 외에는 아파트에 갇혀 지냈죠. 글은 읽지도, 쓰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잡지사 원고 마감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여행지에서 적어둔 초고를 수정하기 시작했고, 그 힘으로 브런치에도 글을 써 내려갑니다.


​냉장고를 채우는 든든한 지원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오늘, 정시에 퇴근한 딸이 배가 매우 고프다고 합니다. 하지만 걱정 없습니다. 냉장고가 넉넉하기 때문이죠.

​요즘 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언니 집에 갑니다. 수다도 떨고, 함께 도시락 반찬도 만들죠. 이번에는 깻잎찜과 깻잎 장아찌를 만들었고, 꽈리고추찜도 했습니다. 언니는 직접 담근 고들빼기김치를 나눠주었습니다. 수덕사에서 사 온 도토리묵 가루로 탱글탱글한 도토리묵도 만들어 두었고요. 두부조림, 감자전, 계란장 등 먹을 것이 차고 넘칩니다. 언니 덕분에 우리 집 냉장고는 그야말로 **'부자'**입니다.

​남편이 홀로 차박 여행을 떠나고 전업주부가 된 지 두 달. 언니와의 만남이 저에게는 항상 든든한 힘이 됩니다. 늘 언니에게 얻어오기만 해서 미안한 마음에, 다음번에는 장조림과 도토리묵을 제가 만들어 가져갈 예정입니다. 딸은 저녁 식사에 매우 만족했습니다.


​동생을 위한 따뜻한 마음

​저녁 식사 후 방에 들어갔던 딸이 이내 나옵니다. 오늘 밤 온도가 많이 내려간다는 일기 예보를 보더니, 차박 간 아빠 생각과 함께 베란다를 확장해서 외풍이 있을 동생 방을 걱정합니다.

​"석이 방 추워!"

​딸은 자기가 애지중지 아끼던 난방 텐트를 꺼내더니, 직접 폴대를 끼워 맞추고 동생 침대 위에 설치했습니다. 비주얼도 그럴싸하지만, 외풍도 많이 막아줄 것 같습니다.

​잠시 후 아들도 방에 들어와 텐트를 보더니 만족해합니다. 진심으로 동생을 걱정하는 딸의 마음, 그리고 이런 기특한 방법으로 단열을 해주는 그 마음에 깊이 고맙습니다. 밤 9시 30분, 외출했다 돌아온 아들도 따뜻해진 방을 보고 좋아합니다.


​ 가족의 온기

​요즘 우리 집 분위기는 참 좋습니다. 떨어져 살다가 갑자기 **합가(合家)**하면서 벌어졌던 어색함과 불편함이 신기하게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딸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 덕분에 오늘은 더욱 마음이 따뜻한 날입니다.

​이제 잔소리가 많아도 보고 싶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라고 말해야겠습니다. 따뜻한 집밥과 가족의 온기가 남편을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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