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프, 내 삶의 다정한 온도
찬 기운이 옷깃을 파고드는 계절입니다. 외출 준비를 하려니 문득 목이 시려 스카프를 찾았습니다. 따뜻한 온기를 목에 두르고 나섰다가 돌아와, 아까 막 꺼내 쓰느라 구겨진 스카프들을 모아 울세탁 코스로 돌렸습니다.
물살이 도는 세탁기 앞에서 스카프 하나하나에 깃든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이것은 코트를 처음 살 때 함께 매치했던 것.
저것은 개량 한복을 입을 때 멋을 내던 것.
이 무늬는 오래된 친구의 선물.
이 부드러운 촉감은 딸이 준 생일 선물.
분명 버리지 않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스카프도 있으니, 아마 집 어딘가에 꼭꼭 숨어 있을 테지요. 빨래 건조대에 빼곡하게 널린 스카프들을 보니, 문득 깨닫습니다. 이 많은 스카프, 주로 내 것이로군요!
한편, 방 안에는 아직 손이 닿지 않은 겨울 스카프들이 쌓여 있습니다. 이 많은 것들은 대부분 옷 욕심, 스카프 욕심이 많은 딸의 소유입니다. 이만하면 충분할 것 같은데, 글쎄요. 어제도 옷을 사면서 검정 스카프를 하나 더 샀답니다.
잔소리 대신, 저는 묵묵히 옷장에 있는 스카프들을 모두 꺼내 딸의 눈에 잘 띄게 걸어두었습니다. "아침마다 보고, 네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렴" 하는 무언의 메시지죠.
작년에는 처음으로 대바늘 뜨기에 도전해 베를린 스카프를 떠주었고, 올해도 베를린 스카프와 모자를 뜰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득 망설여집니다. 꼬박 20일 동안 힘들게 만들어줘도, 과연 몇 번이나 하고 나갈까 싶어서요. 이놈의 뜨개질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엄마의 정성"**이 담긴 선물만큼은 다르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스카프는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닌, 따뜻한 기억과 사랑이 담긴 직물입니다. 딸의 스카프 욕심은 어쩌면, 저와 나누고 싶은 '추억의 온도'를 늘리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딸
베를린 스카프는 참 힘들었어. 너를 준다는 생각이 아니었으면 중간에 포기했을거야.
그러나 올해도 하나 더 만들어볼게
작년보다훨씬 멋진 작품을 만들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