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나의 또 다른 나를 인지하다.

by 흔들리는 민들레




나는 반적이지 않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먹고살기 바빴던 엄마는 나를 방임했다. 온전한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없었다. 늘 혼자 지냈고, 외로웠으며,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고단한 삶을 살았던 엄마는 고단했던 감정을 내게 쏟아부었다. 나는 나를 성장시키는 사랑 대신 엄마의 분노, 후회, 슬픔, 불안, 두려움, 나약함 같은 감정을 먹으면서 자랐다.

엄마는 내게 멋진 사람이 돼라 했다. 실수하면 아버지 없이 자라서 그런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나를 뻥튀기 기계에 넣고 빨리 어른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빨리 자라서 멋진 어른이 되어서 세상의 빛이 되는 사람이 되라고 했다.





어른이 된 나는 어떤 궂은일이든 먼저 나섰고, 남들이 꺼리는 일에도 먼저 나섰다.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하고 좌절했다. 사람들은 나를 이용했다.

이용을 당하면서도 나는 멋진 사람 이어야 하니까

그것조차 이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좋아했다.

엄마를 증오했지만, "부모 오류"에 빠져 신세한탄을 하고 싶지 않았다.'모든 것을 극복하려고 애썼다. 많은 위대한 사람들은 모든 것들을 극복한 사람들이었다. 위대해지려면 나도 극복해야 했다.

결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며 살았다.

좋은 딸, 아내, 며느리, 엄마가 되기 위해서 내 감정은 늘 죽여야 했고 넘어서야 했다.

아버지 없이, 부정적인 감정의 빗물받이로 자랐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자랐으며, 잘 해왔으며,

많은 것들을 이뤘고 싶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내가 아니다.

내가 바라던 모습은 엄마가 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자랐으며, 잘 해왔으며

많은 것들을 이루고자 했던 그 마음> 내가 아니라, 엄마가 원한 것었다.

그토록 증오했던 엄마의 감정을 내 것으로 생각해 온 내가 경멸스러웠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는 성에 갇힌 라푼젤처럼 엄마라는 성에 갇혀 나를 상실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로 살지 못했다.

엄마 감정 해소의 통로로서, 엄마의 부모로서 얽매인 채 살았다. 역할로만 숨을 쉬었다.

엄마의 부모, 아내, 며느리, 아이들의 엄마, 학부모, 직장의 사원으로만 숨을 쉬었다.





단언컨대.

단 한순간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 역할 행복뿐이었다. 그 속에서 느꼈던 감정의 핵심은, 나는 다가올 미래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자연사하지는 않을 것이란 확신이었다.

그 모든 역할의 의무가 끝이 나면, 언젠가는

나를 소멸시킬 수 있겠다는 확신이었다.

소멸의 시기만큼은 내가 정해야 한다는 결심이기도 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음을 글로서 표현하는 지금의 이 행위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겠다는 의지다.

내가 원하는 나와 원래의 나를 인정하겠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렇다.

나는 불안정한 애착관계 속에서 단단한 자존감을 형성하지 못했으며,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을 겪었다. 끊임없이 사랑을 찾아다녔으며 그것은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었다.

사랑의 욕구를 좌절시키는 세상은 차갑고 냉정하다고 스스로에게 합리화했다.

이것이 나의 심리적 위치다. 나는 그렇게 자랐고 그렇게 살았다. 받아들이겠다. 멋져지기 위해 애쓰지 않겠다.









내 안에는 수많은 내가 있다.

용기 내지만 쓰러지고 좌절하지만 다시 일어서고 아프지만 건강하기도 하고, 울지만 웃기도 하고,

원망하지만 가여워하고, 그리워하지만 혼자이고 싶기도 하다.

그러한 수많은 나를 외면했었다.

아프면 건강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울든 웃든 하나만 해야 한다고 여겼으며, 싫었던 내 모습은 무시했다.

내가 원하는, 아니 엄마가 원하던 나와 원래의 나.

내가 가진 모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대로 보고, 거기 있음을 인한다. 그리고 존재 감 없이 그림자로만 살았던 원래의 나를 칭찬한다.

그동안 인내한 원래의 나 정말 수고했다. 정말 애썼다.

남은 인생은 원래의 나와 손잡고 천천히 걷겠다.

하늘도 보고, 바람도 느끼며, 천천히....

정답게 걸어갈 거다.

사랑스레 바라봐주고, 물어봐주고, 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