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십자가가
흉물스럽다고
생각했다.
피 묻은 형틀,
사람을 죽이던 도구.
종교는 그것을 세우고
말하는 것 같았다.
너희가 이렇게 한 거야.
죄책감을 심으려는 상징처럼.
그래서 나는
멀리했다.
신도,
십자가도.
그런데
무척 고통스러웠던
어떤 날들을 보내고 난 뒤,
바라본 십자가에서
고통이 보였다.
내게 있는
처절한 고통
그 고통이
거기에도 있었다.
신이 십자가로
말하고 싶었던 건,
“내가 너의 고통을 안다.
마치 내 것인 것처럼.”
이라는 걸
나는
신은 죽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신은
자기 고통 안에서
십자가로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