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괜찮은가요. 살아갈 가치가 있는 사람이신가요

나의 우울증에 관하여#21

by 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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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처음으로 정신과를 방문했다. 원래 나라는 사람 자체가 부정적이고 어둡다고만 생각하고 살았을 뿐이었는데 죽을 것 같았다. 숨이 쉬어지지 않고 밀집된 공간이 주는 답답함에 의식을 놓을 것 같은 무서움을 느꼈다. 그래서 정신과를 갔다. 나는 가정이 있고, 아직 어린아이가 셋이나 되는 아이들의 엄마이기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하고 처음으로 지금의 주치의 선생님 앞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며 울었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다고, 생각을 안 하는 약은 없나요라고 물었던 것 같다.


"죽고 싶지 않은데 자꾸 마무리를 짓고 싶어 져요. 그런데 제가 아이가 셋이나 있거든요.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이 지옥 같은 세상에 나로 인해 태어난 건데, 무책임하게 나만 편하자고 도망가면 안 되는 거잖아요. "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직장생활도 힘들었고, 시댁의 폭언도 힘들었고, 육아도 살림도 모든 게 나를 몰아붙이는 것 같아서 과부하상태였다.

살고 싶어서 찾아간 곳에서 담담한 대화와 함께 처음으로 약을 처방받아왔다. 그게 벌써 4년 전 이야기이다.

심리상담도 좋다 해서 몇 번 받아봤지만 결론은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존재는 나 자신 뿐이겠구나 라는 결론이었다. 나도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이해하지 못하는데 타인이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는가.

그래도 약의 효과는 괜찮았다. 늘 불안하고 긴장하고 있던 나를 조금 더 편하게 해 주었고, 잠을 못 자는 나를 재워 주웠다. 술을 워낙 좋아해서 첫 2-3년 동안은 술 때문에 정신과 약을 불규칙하게 먹었었다. 오히려 술이 더 약이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술은 나를 더 망가지게 하고 더 보잘것없는 존재로 만들어갔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거의 술은 안 마시고 처방받은 약을 꼬박꼬박 잘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직장을 다니고, 아이들의 엄마와 남편의 아내라는 가면을 쓰고 나는 내가 제법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가끔 무너질 때도 있지만 며칠 동안 쓰러져있다가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고, 내가 나를 컨트롤할 수 있을 것 같단 오만한 생각도 했다.

모든 건 약이 주는 일시적인 효과인 건데 나는 나 스스로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넓은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모두들 괜찮은 걸까.

다들 나만큼 슬프거나 서럽지는 않은 걸까.

출퇴근길에 멍하니 주변사람들을 바라보면 그런 생각을 해본다.

'당신은 괜찮은가요. 살아갈 가치가 있는 사람이신가요'라고.

내가 내 스스로에게 늘 던지는 질문을 마음속으로 타인에게 말해본다.

지금보다 더 좋은 직장에 다니면, 더 좋은 집에서 살게 되면, 더 많은 돈을 갖게 된다면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니 그렇지 않아.라는 답이 나온다.

나는 원래 태생이 이렇게 생겨먹은 사람이라서 어떤 상황에 던져놔도 예민하고 굴을 파고 우울하고 서러워했을 것 같다.

외부요인보다 내가 어떤 마음을 갖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사람의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고 한다.

아무리 반짝반짝 빛나는 곳에 나를 데려놓은다한들 내 마음과 생각이 짙은 회색빛이라면 그 어떤 색을 섞어도 나는 탁한 검정이 될 것일 텐데.

더 많은걸 덧칠할수록 더 난해한 색이 나올 텐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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