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증에 관하여#22
갑자기 내린 빗방울에 누군가는 첫사랑을 떠올릴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이별의 아픔이 다시 느껴질 수도 있다.
어떤 똑같은 상황에서도 내가 어떤 경험을 해왔느냐에 따라 추억은 다르게 기록이 된다
요즘시대에 고민걱정 없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모두들 각자의 무게를 짊어지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겠지. 그런데 그 무게의 강도는 나와 어느 정도 다른 것일까 궁금해진다. 너의 힘듦과 나의 힘듦에는 어떤 간극이 있을지 나는 그게 궁금하다. 너도 나처럼 모든 걸 끝내고 싶을 정도로 숨이 막혀오는 건지, 어떤 방식으로 마지막 모습을 그려낼지 계속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내가 진정 원하는 게 존재의 의미를 찾고 있는 건지, 아니면 편안하게 죽음에 이르는 길인건지 나는 정말 궁금하다.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고 한다, 즐거운 것을 찾으라고 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즐거워했더라
약만 먹으면 좋아질지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게 나아질 수 있는 것인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술을 약으로 삼았던 시절엔 체력은 좀 힘들었지만 하늘도 주변도 아름다워 보이는 마법을 보았다.
술에서 깨어나면 모든 게 현실로 돌아오긴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냥 이유 없이 즐겁고 재미있고 그랬었는데. 수많은 실수를 만든 후로 스스로가 부끄러워 술을 내려놓고 약을 꼬박꼬박 복용하기 시작한 후로 세상은 나를 잠식시킨다. 안 먹으면 불안해진다.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진다. 점점 약에 집착하고 의존하게 되어간다.
집착과 중독이 술에서 약으로 넘어간 것 같다.
요즘 따라 관심이 없었던 나에 대해 알고 싶어진다
MMPI검사도 한번 받아보고 싶고 나의 우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