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증에 관하여#20
매일 걷는 길이지만, 그날의 마음에 따라 길의 색이 달라진다.
퇴근길, 가을의 서늘한 바람이 피부에 닿으면 여러 기억이 한꺼번에 피어난다.
아련하고, 아득하고, 시리고 그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 아득함은 어디에서 오는걸까.
이 서늘함은 어떤 기억을 불러오는 걸까.
나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시간도 어느덧 16년째이다.
우여곡절이 많았고, 참 많이 웃었고, 참 많이 울었다.
세 사이를 키우며 조금은 더 어른이 되어갔고,
책임이란 단어의 무게도 그제야 실감했다.
이 아이들을 지켜내기 위해 세상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완전하지 못한 내가 다른 존재들을 돌본다는 건,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과정이 아닐까.
나는 너희를 통해 사랑을 배웠고, 행복이라는 찰나의 순간을 자주 만났다.
혼자가 아니라서 외롭지 않았다.
늘 너희가 내 곁에 있었으니까, 나는 충만했다.
그런데 여전히 문득,
이렇게 사랑받고 있음에도 마음이 공허하다.
배부른 투정일까,
아니면 행복의 한가운데서도 무언가를 잃어버린 마음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