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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Nov 15. 2024

고양이 하루를 데려오다

  자취를 한지 약 4달하고 보름이 지났다. 이런 저런 가능성을 달아보며 자취를 고민하던 당시의 때가 매우 먼 일로 느껴진다.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있었다. 자취방에 이삿짐 센터를 불러서 책상, 책장, 침대, 장롱, 티비와 티비장을 옮겼다. 이삿짐을 옮긴 날 오후에 중고 가전용품점에 들러서 중고 냉장고, 세탁기를 샀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식탁 겸 렌지다이를 주문하여 이틀 뒤에 도착했다. 모든 삶의 터전이 본가가 아닌 자취방으로 이동하고, 방에 고정적으로 거주하는 가구원은 나 혼자 뿐이 되었다. 간혹 지인이 놀러와 하룻밤을 묵고 간다든지,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뽑아 먹기도 하지만, 온전히 집을 청소하고 관리해야 하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 된 것이다. 실로 하루를 보내는 공간과 하루를 차지하는 가사 노동의 비중에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한 변화에 기름을 붓듯 감행한 것은 바로 반려묘를 들이는 것이었다. 이제 갓 3개월이 된 아깽이를 데리고 온 지도 이제 벌써 2달 정도가 되었다. 반려묘의 이름은 하루이다. 나의 텅빈 하루를 책임져 줄줄 알았지만, 대부분의 낮밤을 빼앗기고 있는 것 같다는 게 심각한 문제인듯 보인다. 그러나 사실 어느정도 익숙해진지 꽤 되었다. 요즘은 하루를 케어하는 일이 점점 즐거워지고 있는 것 같아서 무척이나 잘 입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날들이다. 가끔 나의 다리로 돌진하며 무릎을 껴안는 하얀 가슴털의 감촉도 마음에 들고, 저 멀리서 뛰어와 음악이 틀어져 있는 턴테이블 위로 착지해 시끄러운 음악을 끌 때는 알고 그러기라도 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세입자에 불과한 나의 자취방 벽지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스크래치를 낼 때는 정말이지 한 대 쥐어박고 싶기는 하지만, 내가 참을 줄 아는 사람이니 참는다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가끔 참기 정말 힘들 때는 등짝 스매싱 한 두대로 타협하고 있다) 그리고 화장실 문을 열기만 하면 물기를 머금은 타일 위로 찰방찰방 돌아다니거나, 양변기에 코를 박고 변기물을 감상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이해가 안되며 그렇기에 나의 분노 게이지를 조금씩 상승시키는 일은 바로 자신의 사료통과 물통을 발로 툭툭 차서 바닥에 엎어 놓는 일일텐데, 그 일 때문에 나는 숱한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것들만 빼 놓는다면 하루는 무척이나 귀엽고 순하고, 요물같은 아기 고양이다. 녀석이 흘려놓은 사료를 손으로 주워 담고, 물이 흥건한 바닥을 수건으로 훔칠 때, 그래도 나는 하루를 향한 사랑이 샘솟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역시 사랑은 감정뿐인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써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다시 과거의 순간으로 돌아가더라도, 하루를 선택했을까? 나는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는 얌전하고 사고도 안치는 육아 난이도 낮은 고양이는 아니지만, 적어도 함께 있을 때 심심하지 않고, 감정 표현이 확실하고 솔직한 아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제 하루가 나에게 잘 길들여졌듯이, 나도 하루를 내 가족처럼 여기고 사랑한다. 살아가면서 후회를 전혀 하지 않을 선택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후회를 조금 한다고 하더라도, 좋은 점이 있어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은 최선도 아니고 최고의 선택이 아닐까싶다. 누구의 말에 순응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거나, 남들 눈치 보며 적당히 맞춰서 한 선택이 아니라면 그 선택은 개인적이기에 좋은 것이다. 인생에서 개인적이지만 후회를 덜 하는 선택을 많이 하다보면 본인만의 방식으로 지혜로워지지 않을까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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