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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Oct 11. 2024

결정에서 실천까지

  언제부턴가 인생의 앞날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는 결정들을 오래 고민하지 않고 내리는 데 익숙해졌다. 본래 겁이 없는 용감한 성격이어서는 아니고, 내가 살아가면서 습득한 일종의 후천적인 습성이다. 그것은 오래 고민해봐야 늘어나는 건 선택에 도움을 줄 정보가 아닌,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라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생각보다 내가 인간이 상황에 따라 내리는 선택과 결정이라는 매커니즘에 때론 엉뚱할 정도로 신뢰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이 어떤 결정을 한다면 그것에는 어떤 일말의 이유라는 것이 있다. 그것이 냉철한 정반합의 이성의한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고, 감정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실 합리적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왜냐하면 사람 감정 느끼는 이유, 감정의 존재 의의사람이 어떤 선택을 내리는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즐거움과 불쾌감을 비롯한 호오의 감정은 접근과 회피라는 아주 단순명백한 행동 패턴으로 연결된다. 뿐만 아니라, 슬픔과 우울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잃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이다. 그것은 우리가 애도의 기간을 갖고 우리 안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놀람은 위험한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 급박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부끄러움과 수치심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검증하고, 집단에 별탈 없이 소속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불안과 두려움 역시 무언가에 경솔하게 나아가고 행동하는 것을 막아주는 데 일조한다.


  따라서, 중요한 결정을 잘 내리기 위해서는 본인 안에 있는 결정을 내리는 감정과 이성의 시스템(혹은 우뇌와 좌뇌의 구조)을 전적으로 신뢰할 필요성이 있다. 먼저 내가 나 자신을 신뢰할 수 있다면, 정보를 모으고, 선택지를 다양화하는 것은 나중 문제이다. 선택지가 어느정도 좁혀졌다고 한다면, 정보가 충분치 않다고 하더라도, 서둘러 결정을 내릴 필요성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릴 준비를 하는 동안에는 우리 안에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독소가 어김없이, 그리고 부지런한 속도로 자라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수능을 치르고 받은 성적으로 대학교와 학과를 결정할 때에도, 직업을 결정할 때에도, 글쓰기 모임을 들어가고 브런치작가가 되기로 결심할 때에도, 또한 자취하기로 마음먹었을 때에도 일들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물론, 마음을 먹는 과정 자체는 지난했을 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가능성들의 무게에 치이고, 정보의 공백에 가로막히고, 그 과정 중에 불안에 허우적거리며 나 자신을 잃어버린 때도 많다.


  그러나 나 자신을 되찾고, 내가 나 자신의 감정과 이성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재빠르게 결정을 실천하는 과정 가운데로 나아갔다. 한 단계를 거쳐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은 아주 순조로웠다. 어떤 것을 할 때는 그것만 생각하면 되는 문제이므로, 복잡하게 이것 저것 재며 멀티태스킹을 할 필요도 없었다. 한 가지를 처리했다는 달뜬 기분은 곧바로 다음 단계로 착수하는 일로 순조롭게 이어졌다.


  나는 2024년 6월부터 2주 간의 병가 휴가를 냈다. 휴가를 내자마자 강남에 일주일 동안 오피스텔을 단기임대하여 생활했다.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약 3일간 부모님을 설득하였고, 자취방을 구할 위치를 정했다. 남은 휴가 기간동안 전세방 혹은 월세방을 인터넷과 스마트폰 어플로 꼼꼼히 물색하였으며, 휴가가 끝나기 직전에 월세방 임대차 계약을 했다. 계약금을 내고 직장에 복귀한지 2주일정도 지난, 6월 29일날 결국 월세방 주택에 입주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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