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주저하는 30대들을 위하여
자취냐 더부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스무살에서 10년 정도 지나면 우리는 모두 30대가 된다.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20대 중반이 될 때도, 20대 후반으로 넘어갈 때도, 사실 쉬운 마음은 아니었다.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지만, 무덤덤하게 흘려보내기에는 우리의 하루하루는 귀하고 값진 무언가였고, 서른이 넘은 나에게는, 사실 지금도 그렇긴 하다. 하루와 일 년을 마치 빗물처럼 흘려보내기에는 우린 아직 젊고, 못 해본 것들이 지천에 있다. 그런데 삼십이 되고 나서는 조금 달라지는 것 같기는 하다.
무엇이 다른가. 20대 때는 나이 자체가 그 사람이 그해를 살아가는 타이틀이 되기도 한다. 세상엔, '내가 스물두살엔 무엇을 했지' 라고 회상하는 사람도 꽤 흔할 것이고, 가수 아이유는 스물셋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조금 어두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미국에 '27세 클럽'이라는 말이 있다. 27살에 요절한 천재적인 음악가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커트 코베인, 지미 핸드릭스 등이 있다. 그것도 모자라 25살의 창창한 청년은 자기가 반오십이라는 우스갯소리를 가끔 하기도 한다. 20대는 빛나는 시기이므로, 모든 시기가 다 꽃과 같고, 타이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30대는 조금 무덤덤해진다. 나이가 이렇게 흘러가는 사실에 상당히 익숙해지기 때문에 20대보다는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된다. 앞자리가 바뀌는 경험은 성인으로써 처음 경험하는 것이므로, 뒷자리의 변화에는 조금 덜 예민해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숫자라는 게 뒷자리가 하나씩 바뀌다가 열 번째에 결국 앞자리가 바뀐다. 숫자의 차원에서도 30대는 큰 것을 한 번 경험했기 때문에, 작은 것에 점점 무덤덤해진다. 자신의 사소한 단점을 바꾸는 일에 전보다는 매달리지 않게 된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고, 해결하기 쉬운 것들을 나름대로 구분한다. 관성이 큰 문제에 대해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멈춰있는 것은 멈춰있는 대로 두기도 한다. 나 자신에 대한 깊어진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취향과 분야를 확고히 해나아가는 나이대인 것이다.
'삼십대가 되면 아무도 뭐라 안해도 자취를 생각해본다는데…' 이는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나에게는 있어 작은 고추가 맵다던데… 나 공짜를 좋아하면 대머리된다는데…와 같은 말들보다는 더 뒷받침있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앞서 설명한 '나이는 숫자 이론'도 삼십대가 자발적으로 자취를 생각하게 되는 나름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 안에 있는 독립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열망을 더이상 더부살이를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로 대체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는 나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갈망하는 것은 더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자연스러운 것이며, 건강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내면의 성장을 위해서 꼭 필요하기도 하다.
나는 이 글을 통해서 자취를 해야하는가, 부모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해야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줄 수는 없음을 일단 밝힌다. 그보다는 이 글을 읽으며 자신이 하고 있는 고민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 더 나아가서 누구나 30살이 되면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이고, 이를 통해 건강한 30대를 보내기 위한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 정도를 자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의 상황들이 다 달라서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렵지만, 부디 진지한 고민과 성찰 끝에 좋은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두 개의 선택 모두 존중받을 수 있는 좋은 결론이라는 것이다. 자취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번쯤 해볼 만한 정말 멋진 일이고, 더부살이도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는 점에서 일단 본전은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현재, 10평 정도의 투룸 월세방에서 근근히 자취를 이어가고 있는 쿼카의 입장에서 드릴 수 있는 자취 고민에 대한 최선의 조언이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너무 좌우되지 말고 주관을 가지고 자신만의 결론을 내리자. 그리고 결론이 났다면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추진력을 발휘해서 진행하기를 바란다. 자취를 고민하는 모든 30대들이여 화이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