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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Feb 17. 2024

각자의 부지런함에 대하여

(실수로 브런치북으로 발행을 안해서 재발행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나의 아빠 s씨는 서둘러 가족들을 깨웠다. 가족들과 함께 속초로 해돋이를 보러 가는 여행길에 오르기 위해서이다. 눈이 많이 내렸던 어제의 운전길과 밭고랑에 바퀴가 빠졌던 사건에 대해 잊기라도 한듯이 아내 h씨와 아들에게 큰소리로 일어나야 된다고 재촉하며 기상을 도왔다. 나의 엄마 h씨는 일어나자마자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목욕 도구를 챙기고, 운전 중에 먹을 만한 간단한 과일, 물 등을 챙겼다. 아들인 나는 깨자마자 정신없고 부스스한 몸으로 침대에 다시 눕고 소파에 앉아 졸기를 반복하다가 재촉하는 목소리가 귀찮아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머리를 감고 옷을 입고 짐을 챙긴다. 차에 시동을 걸겠다고 일찌감치 먼저 나간 s씨를 뒤따라 모자를 챙기고 있는 h씨를 부른다. 고양이에게 줄 밥과 물을 점검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h씨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을 나선다.


  속초로 가는 길을 운전하면서도 s씨는 그의 아내 h씨와 대화하면서 입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질문에 답하기도 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큰소리 치기도 하고, 자신이 손해본 일에는 불평 불만도 하고, 미안해 할 일이 생기면 머쓱하게 h씨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앞이나 뒤에서 운전하고 있는 사람에게 자기가 가지고 있는 권리에 대해 소리를 높여 항변하기도 하였다. 어쩌면 그의 아들은 뒷좌석에 앉아서 그저 그와 그의 아내를 삐딱하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게으름피우는 한 명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한 일은 단지 자신의 부모가 시끄럽게 이야기한다고 속으로 비판하며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사색에 잠기는 것 뿐이었다.


  s씨는 끊임없이 오늘의 일정에 대해 알아보고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대로 해야됨을 큰 소리로 주장했다. s씨의 아들은 그 계획이 너무 별로 같기는 했지만 일단은 따라보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자 해돋이 장소를 미리 방문해보는게 좋겠다는 s씨의 주장은 합리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 장소의 전망대는 파도와 바람이 많은 관계로 막아놓은 변칙적인 상황이 존재했고, 만약 내일도 같은 조건일 시에 전망대 주변 플랜b의 스팟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했다. 생각보다 좋은 계획이었음을 깨닫고 전망대 입구에서 차에 올라탄다. 그리고 s씨가 이미 오늘에만 4시간을 운전한 차에 탑승하여 한가롭게 앉아 멍을 때렸다.


  s씨의 아들은 이른 저녁을 먹기 전 식당의 브레이크타임때문에 시간이 떴기에 책을 펼쳐들었다. 책의 이름은 '부지런한 사랑' 그 책의 작가가 이미 다른 작품에 썼던 그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한다. 그들의 끝없는 부지런함에 대하여. 이런 직업을 갖기도 하고, 저런 일에 뛰어들기도 했다. 그의 엄마인 복희씨의 요리실력에 대하여, 그의 아빠인 웅이씨의 다재다능함에 대하여 칭찬하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내가 펼쳐든 책에서는 그 작가만이 가진 고유한 부지런함에 대하여 말한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글쓰기를 가르친 그만이 가진 경험과 이력들이 생생한 스토리가 되어 책을 읽는 나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가 특히 글쓰기 교사로서 활동했던 일들에 관한 내용이 이어진다. 그의 선생된 성품과 책임감과 노력에 감명받는다. 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글쓰기를 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덮는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서 글을 쓰고 있는 s씨의 아들은 고단했던 여정을 마친 s씨와 h씨가 옆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는 s씨가 오늘 얼마나 부지런했는지, 운전으로 얼마나 고생했을지 생각해본다. 힘들다는 이야기 한마디 없이 누워서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자 그가 오늘 냉탕에 발을 담구자마자 곧바로 머리까지 아래로 푹 밀어넣었던 장면이 괜히 아른거린다. 각자가 각자의 부지런함으로 오늘도 잘 살아낸 s씨의 가족이다. 그들의 아들로써 그는 그만의 부지런함을 갈고 닦을 것을 다짐한다.



2023. 12. 31.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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