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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Feb 15. 2024

포기하지 마

3개월간의 봉사활동 체험기

  나는 매주 토요일 오전에 봉사활동을 하러 보건소 맞은편 허름한 건물에 들어간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 수학을 일대일로 지도하는 일로써 시작한 지는 약 2달 정도 되었다. 교육 센터를 주관하는 선생님이 따로 독립된 장소를 구할 여건이 되시지 않아서, 조그마한 개척교회의 예배당을 빌려서 교육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그 예배당으로 사용하는 공간에 두 명이 마주 보고서 책 여러 권을 펼 수 있는 정도의 테이블을 대여섯 개 정도 펼쳐 놓고 일대일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앉아 수학을 가르치고 배운다. 옆 테이블의 선생님과 학생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들릴 정도의 열악한 환경이지만, 선생님들은 가르치는 것에 꽤 차분하면서 열의 있는 분위기이고, 학생들은 조용히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중학생, 고등학생, 저마다 나름대로의 수학 교재들을 챙기고 앉아서 집중하며 공부하는 모습에 녹아들어 나도 초등학교 6학년 학생 지은이에게 수학을 가르치게 되었다.


  처음 지은이를 만났을 때, 낯선 내 모습에 당황스럽고 경계하는 표정을 짓는 지은이를 마주했다. 낯을 가리는 모습에 나 역시 많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서 점점 마음을 열기도 하고, 말을 많이 하며 솔직하게 표현하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마음이 푸근해지고 좋았다. 수학은 하나의 화젯거리에 불과하고, 학교, 가족, 관심사, 앞으로의 계획 등 다른 이야기를 통해 순수한 초등학생과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하는 것은 활력소이자 적지 않은 자극제가 되었달까. 맨 처음에 센터장 선생님이 지은이를 소개할 때도 가정환경이 많이 어려운 아이이기 때문에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막상 나에게도 함께 있기만 해 줘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큰 기쁨이었을 뿐만 아니라, 점점 친해지고 밝아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나에게 많은 즐거움을 가져다줬다.


  지은이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은, 순간적인 집중력이나 끈기가 있기 때문에 수학이라는 과목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데도, 잘하려고 하는 의지가 많이 없다는 것이었다. 흥미와 의지의 부족은 집중의 부재로 이어진다. 간간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설명을 잘 들으려 하지 않고, 끝까지 계산해야 하는 문제를 틀리기도 한다. 그때마다 내가 떠올린 건 칭찬이었다. 쉬운 문제를 정확히 맞혀도 칭찬을 했고, 빨리 맞춰도 칭찬, 생각을 필요로 하는 문제에 고민해서 잘 풀어도 칭찬했다. 아쉽게 틀렸을 때는 이것만 잘하면 다 맞은 거라고 격려해 주는 걸 잊지 않았다. 실력에 비해 정말 잘한 것이 있으면 살짝 '오버'를 하면서 놀라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렇게 하다 보니 지은이가 예전처럼 갑자기 수학 문제를 풀다가 그림을 그린다든지, 다른 과목으로 넘어가고 싶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수학을 여전히 싫어하기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 수학과 꽤 많이 친해지게 된 모양이고, 시키는 문제도 열심히 하고, 문제를 풀려고 하는 의지도 가끔씩 보여주기도 한다.


  지은이가 수학을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더 좋겠지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살아갈 때 모든 것이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포기해도 될 때는 그것이 앞으로 크게 중요하지 않거나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을 때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초중고 학생에게 수학은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크게 중요하며, 다른 과목으로 대체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다. 커가면서 절대 수포자가 되지 말아야 되기에, 지은이에게 수학이 어렵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를 해놓았다. 수학이 어렵냐고 하는 나의 질문에 지은이는 "잘하면 어렵지 않겠죠"라고 했다. 모든 게 그렇듯이 수학도 그렇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수학은 잘하는 것보다는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해. 수학은 공부하면 원래 다 처음에는 어려워. 어려울 수밖에 없는 과목이거든" 지은이는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쳐다봤다. 앞으로의 미래에도 지은이가 수학과 같이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일에 부딪혔을 때 잘 헤쳐나가기를, 지금은 힘들어하지만 마침내는 잘하게 되는 일이 많아지기를 깊이 소망한다.



2023. 12. 23. 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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