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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Mar 14. 2024

만들어낼 수 있는 차이에 대하여

  나는 무기력하고 힘이 들 땐 만들어낼 수 있는 차이에 대해서 생각한다. 덫에 걸리거나 땅에 파놓은 깊은 함정에 걸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밖에 있는 사람에게 빠져나갈 수 없음을 알려보지만 상대방과의 좁힐 수 없는 거리감에 체념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위로 올라가려는 노력을 거듭하며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버리는 것. 결국 그러한 시도들이 모두 헛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바꿀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홀로 생각한다. 그 생각이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꾸고 만들어낼 수 있는 차이를 사실은 만들어낼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을 반복적으로 생각해본다. 생각하지 못하면 써보기도 하고, 읽어보기도 하고, 상상하기도 한다.


  그 방법이 허우적거리며 벽을 무기력하게 긁을 수밖에 없는 땅굴 위로 올라갈 수 있게 할까? 그 의문과는 별개로 바꿀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수록 역설적이게도 나는 결국에는 바뀔 수밖에 없음에 대해 깨닫게 된다. 그 시도는 필연적인 어떠한 것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더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땅굴의 가파른 벽과 작은 동그라미처럼 보이는 하늘과 숨이 막히는 어둠에 대해서 생각하지 말고, 만들 수 있는 차이에 대해 생각한다면, 그 의지는 바뀔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것에 대한 생각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그러니 힘든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을 그만하자. 그 대신 만들어낼 수 있는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하자. 그것이 얼마나 작고 하찮은 지에 대해서라도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렇게 작은 차이를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 지에 대해서 불평이라도 하자. 그러는 동시에 시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바위처럼 크고 강한 영향력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그 시간이 지나가기까지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절실히 깨닫기라도 하자. 그 과정조차도 시간이라는 필연적인 존재가 쉬지 않고 흐르는 것을 맞이하는 일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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