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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May 16. 2024

단기적인 목표에서 장기적인 목표로

  수험생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격언이 하나 있다. '수험생활을 할 때 만큼은 공부하는 기계가 되어라' 이 무시무시한 표현은 우리들에게 큰 울림을 주거나 혹은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험생에게만큼은, 특히 고시와 같은 어려운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이 격언을 그저 대수롭게 넘어가지는 못할 것이다.  중대한 환경의 변화가 없을 경우 일을 수행하는데 있어 항상성의 법칙을 언제나 고수하는 '기계'가 되는 것 어느정도 선에서 유익할 지 모른다. 그러나 역시 모든 격언이 그렇듯, 절대적인 진리로 믿을 만한 것들은 매우 드물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심지어 기계도 고장이 나고, 컴퓨터도 에러가 뜨면 전문가를 불러야 한다. 누군가가 자신의 몸과 두뇌를 기계처럼 부려먹을 경우 여기저기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쥐도 새도 심지어 자기 자신도 모르는 새에 그 일을 그만두고 싶은 충동에 골머리를 앓을 것이 분명하다.


  수험생활을 꽤 오랫동안 지속하고 있는 장기 수험생들은 공부하기 위한 최선의 상태를 유지하는데 제법 익숙해진다. 공부하는 자리에 앉아서 오늘 공부할 책을 펼치고, 펜을 집어드는 순간부터 이미 오늘의 컨디션이 대략적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책을 뒷장까지 쓱 훑으며, '오늘은 이정도까지 나갈 수 있겠지'하는 기대와 함께 공부를 시작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 오차범위 내에 들며 진도를 빼는데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진도를 빼는 것이 당연해지고, 기대한 만큼 책장을 넘기기를 실패했을 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면? 그때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성실한 수험생으로써 본분을 다하고 있다고 봐야된다. 그만큼 진도를 예상하고, 진도를 빼는 루틴은 수험생에게 있어 매우 중요하다. 모든 일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루틴이 중요한 것과 같다.


  그런데 그때 그때 루틴(기대와 성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나갈 진도의 양을 최대한 많이 빼고 싶어서 욕심을 부리는 때가 있다. 바로 장기적인 목표를 세웠을 때이다. 두 달 만에 OO 과목을 1회독하고 싶다. 그래서 일주일에 xx 챕터까지 나가지 않으면 안되고..  따라서 오늘은 이만큼 해야한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오늘 할 양을 호기롭게 마무리하고, 내일도 그러한 일들이 계속된다고 쳐보자. 그렇다면 그 다음 날은? 그리고 그 다음 날에도 그것이 가능할까?


  매우 성실하고, 공부를 하는 것이 별로 힘들지 않은 수험생들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한달'동안 온전히 반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항상성을 과대평가하는 경우는 필자 본인의 경험상 매우 흔했다. 사람은 생각보다 불규칙적인 존재이다. 규칙적일 때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발휘하기에 가장 이상적일 수 있다.(위대한 업적을 남긴 천재들의 하루 일과를 보면 대부분이 규칙적으로 흘러가곤 하지 않는가) 그러나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규칙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가장 큰 증거는 사람이 극도로 규칙적이고 똑같은 삶을 반복할 때, 점점 기운이 없고 축 쳐진다. 멕아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수험생제때 기운을 북돋기 위해서, 장기적인 목표에만 골몰하지 말아야 하며 단기적인 목표, 이를테면 일주일이나 하루 목표를 반드시 설정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오차들을 미리 반영하여 장기 목표를 다시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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