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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단 Feb 20. 2024

캐나다 현지인과 대화가 지속되지 않는 이유

스몰토크가 뭐야?

1. How are you? 에 대한 불편함


캐나다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참 익숙해 지지 않는 인사인 것 같아요. 

How are you가 잘 지내셨어요? 라는 인사말로 인식이 되기 때문에 이 인사가 참 어색하고, 

인사의 의미를 되짚어 보아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일단 대화의 시작부터 마음 깊은 곳에서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이 밀려옵니다.


예를들어 한국에서 흔한 만남 인사법을 생각해 볼까요?

"아, 오셨어요? 오는 길 힘들지 않으셨어요? 식사는 하셨어요?"

"어, 왔어? 밥 먹었어? 좀 피곤해 보이네? 잠 잘 못잤어?"

"어머, 여기 어쩐 일이야? 뭐 사러 왔어?"

사람들과 인사 할 때 이렇게 시작하면서, 뭔가 친밀도가 상승하고, 반가움과 편안함이 이어지는 대화가 되겠죠?


그런데 이런 말을 영어권 사람들에게 그대로 인사로 하게 된다면 아주 이상한 인사말입니다.

특히 밥먹었어, 식사하셨어요는 그걸 왜 묻는거지? 라는 어색한 상황이며,

피곤해 보이네가 친한 친구에게 관심과 염려의 표시라면, 여기는 상대방을 기분 상하게 할 수 있는 비매너적인 발언이죠. 


이전에 호주에 있을 때, 좋은 의미로 백인 친구에게 '너 피부가 정말 하얗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그 친구가 당황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여기는 하얗다가 칭찬이 아니라 너 창백해 보여, 안색이 안좋아 보여 라는 말이더라고요ㅎㅎ 


이렇듯 뭔가 인사 시작부터 대화의 흐름이 흘러가는 방향, 대화에 대한 이해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캐나다 사람들과 편안한 대화가 쉽지 않습니다.


2. 다른 대화 방식


위 내용에서 연결이 되는 부분이긴 한데, 이번에 스몰토크에 대해 더 연구?해보고 현지 친구들과의 대화 방식도 더 유심히 관찰해보니, 저의 대화 방식과 큰 차이점이 있었어요.


대화를 할 때, 한마디를 하고 꼭 상대방의 의견을 다시 물어보더군요. 마치 공을 내가 받으면, 곧 다른 사람들에게 토스를 넘기는 것처럼 질문을 받으면, 간단하게 대답을 하고 너는 어때? 라는 질문을 바로 하더라고요.

저는 일단 질문을 받으면 성심 성의껏 대답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모든 아는 영어 표현을 다 동원해서 열심히 설명해 주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이 여기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불편한 대화 방식일 수 있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가지 다른 대화 방식은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너 취미가 뭐야? 가 아니라 '너 여가시간에 뭐 하는 거 좋아?'  

너 직업이 뭐야 대신 '너 먹고 살기 위해 뭐 하니?'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합니다. 

교과서적인 전자 표현에 익숙한 저는 처음에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기도 힘들더군요ㅎㅎ


또 이번에 올리버쌤 유튜브에서 봤던 내용인데, 친구 집에 놀러가고 싶으면 절대 자기가 먼저 자신을 초대하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가고 싶으면 나 너희집 근처에 갈 일 있어.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ㅎㅎ 그러면 그 친구가 마음이 있으면 그럼 집에 들렸다 가 이렇게 말이 나온다고 하는데 정말 공감이 되었어요.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긴 한데...

모든 대화에서 이런식으로 말하는 것이 영어만도 머리가 아픈 저에게는  참 편해지기 힘든 대화인 것 같아요.


3. 문화차이


역시 위의 사항과 조금 겹치는 부분이 될 수 있겠는데요, 예를 들어서 한번 설명해 볼께요.

여기서 친구집에 가면서 커피를 사가고 싶어도 조심스럽습니다. 내가 라테를 좋아한다고 같은 라테를 친구집에 서프라이즈로 사갔는데 친구가 우유를 먹지 못하는 경우라면 어색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혹은 사람마다 커피 마시는 취향이 있기에 내가 원하는대로 사가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혹은 내가 좋은 마음으로 누군가 밥을 사주고 싶어서 불렀는데 친구가 민망해 하거나 미안해 할까봐 맛있는 것들을 함께 쉐어하자고 하면서 내가 알아서 시키는 것도 아주 예의 없는 행동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뭔가 이렇게 나는 호의로 베푸는 행동들이 문화 차이로 매너가 없게 여겨질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기에, 일단 사람들을 만나자고 하거나, 같이 뭘 먹자고 하는것도 좀 조심스러워요.


영어와 크게 관련없는 항목처럼 보이실 수 있지만 사실 언어라는 것이 문화와 크게 관련이 있습니다. 이 모든 문화를 알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영어로 말을 걸고,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대화의 지속이 자연스럽게 되기 힘든 것 같아요.



4.  그냥 영어가 어려워서..


영어가 어렵다... 사실 영어보다 더 어려운 언어도 많죠. 그런데 뭔가 영어를 시험으로 처음에 배우다 보니, 어렵고 불편한 언어라는 프레임이 어느 정도 씌워져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압박감도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이 곳에선 이민자들도 많아서 아주 다양한 발음들과, 틀려도 당당하게 쓰는 분들도 많고, 캐나다 사람들도 그에 익숙한 편인데 발음이나 문법 신경쓰다보면 그냥 말을 하기가 힘들어 지는 거 같아요.




한 나라의 언어를 익힌다는 것은 단순히 말하고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습득하고 이해하고 존중 할 때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더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영어에서는 스몰토크라는 것이 있는데, 처음 만난 사이나 아는 사이, 친구사이에서도 서로를 알아가며 즐겁게 대화하는 간단한 대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현지 사람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주제를 알 때 그리고 그들의 대화 방식을 알 때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그 주제들을 하나씩 다루어 보도록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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