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막물고기 Nov 14. 2022

그깟 전화  업무


내가 사람들에게 다가서기 어려워 하는 이유중에 가장 큰 부분은

' 누가 나같은 사람을 좋아하겠어 ' 라는 생각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 같은 사람이라 함은, 외모, 경제능력, 지식, 매력 등등의 사회적으로 돋보일 수 있는 점을 말하는것이 아니다.


물론 그런것들이 뒷받침 되어 준다면 근거 있는 자신감, 자존감의 바탕을 쌓기에 좋다.


하지만 세상에는 균형있게 골고루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살아온 환경과 그로 인한 인심이 어떤 방향으로 뻗어가는지에 따라 적어도 한 두 곳 정도는 결핍이 발생될 수 밖에 없다.


완벽하게 흠 없는 인간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나같은 사람이란 의기소침함은, 누구에도 솔직할 수 없고 인류애가 있기는 한걸까, 어쩌면 악의 본질에 더 가까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반복되면서 부터 시작되었다.


감정표현을 하는것에 익숙치 않은 편이지만,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적은 없다.


기쁨, 슬픔, 고난, 힘듦의 대한 표정과 언사를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해답을 찾지 못해 출하기를 포기해버린적이 많다.


반대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받아주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때때로, 타인의 감정이 내 삶을 멋대로 휘저어 버리기도 해서 나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반사적 조심성과 통제가 커지다보니 쉽게 속 얘기를 할 수 없는 정도의 사이로 선을 긋고 사람들을 대하고 있었다.


아빠가 세상을 달리하고, 엄마가 응급실에 몇번씩 실려가도 나는 어떻게 슬퍼해야 하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고, 어떤 말로 부모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는지 막연하기만 했다.


엄마 아빠라면 이런 맹숭하고 건조한 마음이 들면 안되는건데 그렇게 되버려서 스스로가 용서가 안되었다.


며칠이 지나면 엄마를 사랑하는, 아빠를 안쓰러워 했던 딸의 심성에서 빚어진 생각과 감정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오래 걸리고 있다.

순간의 감정이 확 쏟아져 나오지 않는다.


몸이 아파 갑자기 연차를 썼던 회사 동료에게도 걱정의 말뿐만을 한다.

아, 아프구나 그러면 회사는 나올수 없지 그정도의 이해만 보내고 싶을 뿐.


잘 쉬었는지 몸은 괜찮아졌는지쯤, 물어봐 줄 수 있을텐데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

말은 내 자신을 속이고 있는 말이었고 적어도 나에게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회적인 인간은 머릿속에 어떤 생각을 품고 살던간에 최소한의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예의는 지켜야 한다.


사회적 인간의 기본성을 잃어간다고 생각하니, 나 같은 사람을 도저히 좋아할수가 없다.


가리는 음식이 없고, 둥글둥글한 풍채를 유지한다고 해서 유순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아닌데 나 자신을 심하게 오해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잘 알아가지 못하고,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사람을 싫어하게 되고, 사람과 잘 지내지 못하는 굴레에 갇혀 버렸다.


꼴랑 4500원 때문에 교양과 양심을 내다 판 고객과의 통화에서 내 직업과 내 삶의 회의감, 열병을 앓고 난 주말이었다.


내 앞에서 사람 좋은 척 하는 저 사람도 수화기를 잡고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어, 엄한 사람에게 고압감을 주고 폭언을 하고, 말도 안되는 요구를 고객의 권리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전화 한 통화쯤에 누군가는 굉장히 똑부러지게 원하는것을 쟁취한 듯 하겠지만

전화 한 통화쯤엔 누군가는 일과 사람의 의미를 잃는다.

작가의 이전글 어깨통증이 지나간 자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