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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Jun 04. 2024

점에서부터 이어진 이야기

전역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이 글을. 전역을 한 지 이제 반년,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인생을 써왔고 벌써 과거가 아닌 현재의 나를 쓰게 됐다.


전역을 하고 지금까지의 일상은 특별할 게 없었다. 군대에서 상상했던 것처럼 전역만 하면 매일이 행복하고 설렐 줄 알았는데, 되려 현실은 지친 일상의 반복이었다. 군대를 나와 자취를 시작하자 돈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글은 돈이 되지 않기에 알바를 했지만 그럴수록 글을 쓸 시간은 줄었다. 결국 최소한의 돈을 벌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게 뭐라고, 돈도 안 되는 일에 이렇게까지 하나 싶다가도, 나는 이렇게 살아야겠지, 그런 생각을 했다.


하고 싶었던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았는데, 뭐 하나 제대로 한 건 없는 것 같다. 이제 겨우 반년이 지났을 뿐이라 생각하면서도, 반년이나 됐는데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이 항상 머리를 맴돈다. 지금까지 써왔던 글에 의미가 있는 걸까. 앞으로 써나갈 글에 과연 의미가 담길까.


일 년 반 동안 꿈을 키웠고 이제는 그걸 이뤄야 한다는 걸 안다. 노력은 생각보다 고독하고, 정적이다. 악플도 관심이라 그랬었나. 글을 써도 읽어줄 사람이 없으니 노력을 알아줄 사람도 없는 거겠지. 여기까지 걸어온 내 인생은 이제 겨우 반걸음을 옮겼다. 한걸음을 내딛기까지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내 인생을 돌아보는 글을 쓰고자 결심했던 반년 전, 이제는 내가 그때를 돌아보며 글을 쓰고 있다. 큰 결심을 하고 쓴 건 아니었다. 단지 내가 꿈을 꾸게 된 이유를 적고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썼다. 그렇게 쓰게 된 이 책을 난 사랑 했다. 이 책을 다른 사람이 읽고 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꿈을 꿔 줬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내겐 내 글이 꿈을 꾸는 이유가 됐으니까.


누구보다 약한 나였다. 제대로 노력조차 할 줄 모르는 내가 싫었다. 주변의 무시에 익숙해지고 거듭되는 실패에 익숙해져 변명으로 나를 치장하는 내 모습을 바꾸고 싶었다. 글을 쓰는 내내, 나를 돌아보는 내내, 바뀌고 싶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내가 있었기에 나는 꿈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거겠지. 나를 바꾸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한 나니까. 오늘도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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