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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Jun 11. 2024

날개 없는 새

나는 세상 밖의 점이 되고 싶었다. 내 오랜 꿈이자 단 하나의 목표. 점에서 태어나 점으로 끝날 인생이라면 별처럼 밝은, 세상 밖의 점이 되고자 했다. 어떤 길을 택하고 얼마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관없었다. 내 인생은 오직 그걸 위해 존재하니까.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몇 번이고 다짐을 했고 이제 날아오를 일 밖에 남지 않은 줄 알았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이제 와서 갑자기 곧장 성공할 거라 믿었다니. 난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어두운 방에서 성과 없는 노력을 하고, 글을 쓰고 몇 시간을 매달려도, 부족한 것만 같은 노력에 스스로를 자책한다. 너무나도 뻔하고도 끝나지 않는, 그런 이야기.


설레임과 기대감은 잠깐이었다. 그 후는 줄곧 고통을 대면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노력을 하는 매일이 반복됐다. 그게 쌓인 요즘 종종 난 자신을 의심하곤 한다. ‘정말로 네가 성공할 수 있어?’ 내가 내게 묻는 물음. 정말로 내가 성공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사람일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대답은 늘 침묵이 대신한다.


나는 날 수 없는 새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애초에 날개가 없던 걸지도. 나는 법을 알려주지 않아도 날 수 있는 새는 내가 아니다. 수 백 번을 땅바닥에 머리를 박아도 날지 못하는 새. 불안과 의구심에 밤을 새우는 날들. 난 여전히 두렵고도 무섭다. 한 발을 내딛는 것조차 무서워서 제자리에 멈춰 서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걸어야겠지. 굳은 땅 위로 발을 내딛어야겠지.


과거에 떠밀리고 미래를 두려워한다. 가야 할 길을 알지만 그 끝이 두렵다. 나는 그저 글을 쓸 뿐이다. 그리고 간절히 바랄 뿐이다. 내 꿈이 이루어지기를. 그리고 이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꿈을 품게 해주기를. 날지 못하더라도 두 발로 뛸 수는 있겠지. 이 길을 따라가다 실패하면, 그때 나는 후회할까. 아니, 실패했단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노력했다면 후회는 하지 않겠지.


성공이 목표였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하는 게 무서웠다. 행복이 목표였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삶이 무서웠다. 실패가 무서운 것도, 불행이 무서운 것도 아니었다. 난 내 길을 끝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게 가장 두려웠다. 앞만 보고 달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나아가는 것뿐이었으니까. 나아가기 위해 나를 돌아보는 글을 썼다. 그리고 이 글의 마지막에 와서야 애초에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단 걸 깨달았다. 내 목표는 한 걸음을 나아가는 것, 길을 끝까지 나아가는 것, 글을 쓰는 것, 오직 그것뿐이었다.


글을 써서 나를 남기겠다 마음먹은 어린 시절, 그때 이미 난 구원받았는지도 모른다. 내가 가야 할 길을 알게 됐으니까. 끝없는 불안과 의구심을 등에 지고 힘겹게 한 걸음을 옮겼다. 나는 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애초에 날개가 없이 태어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무수히 많은 밤을 보냈다.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할까. 중요한 건 내가 새라는 사실, 하늘을 날아오를 새로 태어났다는 사실뿐이다. 어떤 길이든 끝까지 나아가자. 나는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나는 처음부터 세상 밖의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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