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거기 있었다. 납골당에 자리가 없어서 다른 곳을 알아보던 중에 엄마가 아직 어머니를 보낼 수가 없다고 아이처럼 주저앉아 울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작은 단지는 거실 구석, 빛이 닿지 않는 음영 속에서 늘 조용히 자리했다. 매끈한 표면은 손끝이 닿을 때마다 미끄러웠고, 겨울엔 차가웠다.
처음 들린 건, 단순한 바람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창문을 닫아도 사라지지 않는 속삭임, 바람은 아니었다. 더 고요했고, 더 느릿했다. 작은 균열이 생기는 소리처럼, 천천히 그러나 명확하게 들렸다. 처음에는 층간 소음 비슷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음향의 진동은 방 한구석을 가로질러 내 귓가에 박혔다. 내가 기척을 내자 소리는 멈췄다.
어느 날, 그것은 선명한 모양을 취했다. 낮게 깔린 울음, 아니, 한숨 같은 소리였다. 나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다가 곧장 유골함 앞으로 갔다. 할머니의 유골이 담긴 단지, 오래된 도자기로 만들어진 그릇 위에 손바닥을 얹었다. 그 차가움은 전보다도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할머니? “
질문은 공중에서 부서졌다. 아무 답도 없었다. 그러나 손바닥 아래에선 아주 미세하게 떨림이 느껴졌다.
그날 밤, 나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거실 한가운데에서 할머니가 앉아 계셨다. 늘 그렇듯 묵직한 시선을 내리깔고, 아무 말 없이 내게 등을 보였다. 할머니의 머리카락은 빛을 받아 더 하얗게 빛났고, 그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나는 다가가 물었다.
“왜 거기 앉아 계세요?”
할머니는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것은 곧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거실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처음엔 내가 물을 흘린 줄 알았지만 실제로 물이 흘러나온 곳은 유골함이었다. 뚜껑은 단단히 닫혀 있었음에도 약간의 틈새에서 투명한 물방울이 맺혀 떨어졌다.
나는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할머니가 나를 부르고 있는 건 아닐까. 내 행동이 무례했는지도 몰랐다. 나는 물방울을 닦고, 유골함을 더 조심스럽게 다뤘다. 어째선지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어느 저녁, 소리와 마주하겠다고 마음먹고 거실에 앉았다. 오랜 시간 동안 나는 들으려 애를 썼다. 그러나 그것은 말보다는 감각이었다. 낮고 깊은 진동이었고, 이따금 날카로운 음으로 바뀌었다. 나를 더듬어보고 있는 것 같았다. 유골함 위에 손바닥을 얹자, 손끝으로 미세한 진동이 전해졌다. 처음엔 불규칙한 떨림이었다가, 곧 심장 박동처럼 일정한 리듬을 띠었다. 나는 손을 떼지 못한 채, 떨림의 간격과 강약을 세어보았다. 그것은 말 없는 신호 같았다. 떨림은 점차 내 맥박과 동기화되었고, 순간, 유골함과 내가 하나로 연결된 기분이 들었다. 그걸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물방울도, 떨림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다시 조용해졌다. 유골함은 여전히 우리 집에 있다. 어쩌면 언젠가 다시 소리가 들릴지도 모르겠다. 나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할머니가 아닐 수도 있겠다. 유골함, 사람들은 그것을 죽은 자를 담는 그릇이라 부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