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과 어떻게 사랑을 나눌까라는 고민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니지, 외계인을 사랑하게 되면 어쩌지. 사랑은 늘 헷갈리는데 상대가 외계인이라면 더 알기가 힘들 테니까 잔뜩 미워해야 하나. 왜 인간이 아니냐고 따져볼까. 그러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자정이면 잠들어버리는 나를 이해할 수는 있을까. 젖은 발이 좋은 이유를 알기나 할까.
그런데 그게 꼭 인간이어야 하나 싶다. 사랑이라는 게,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 길 아닌가. 마음이라는 게 언젠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던데, 우리는 서로 어떤 궤도를 그리는 중일까. 네가 내게 다가왔을 때, 네 몸에 새겨진 희미한 무늬는 신호였을까, 아니면 단순한 피부결이었을까. 나는 손끝으로 그 무늬를 더듬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단어를 빌릴 수 없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키스를 하면 혀를 섞나. 섹스는 또 어떨까. 이 질문이 터무니없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아마 내가 너를 너무 궁금해하기 때문일 거야. 너는 무엇으로 이루어진 몸을 가졌는지조차 모르면서, 나는 네가 아플 때 어디를 만져야 하는지 고민한다. 물컹한 피부 아래로 흘러가는 네 빛이 떨릴 때, 나는 그것이 네가 웃는 신호인지 울고 있는 신호인지조차 알 수 없다. 하지만 너의 진동이 나를 조금씩 바꿔놓는 건 분명했다.
"우리는 잘 살아볼 수도 있을 거야."
이 말은 반쯤 진심이고, 반쯤 거짓말이다. 각자의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이라면, 우리는 얼마나 외로울지 모른다. 혹은 그래서 더 쉽게 서로를 알아볼지도 모른다. 우리가 같은 세계를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같은 말을 쓰는 것도 아닌데, 네가 내게 무엇을 속삭일 때마다 그것이 내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나도 네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쓴 적은 없지만, 너는 이해했겠지.
바디랭귀지를 연습하러 요가 학원을 끊어볼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런 몸짓이 과연 너에게 닿을까. 네 몸은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고, 반짝이는 유리 파편처럼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데. 너는 투명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는 건 불가능하다. 나는 내 손을 흔들며 웃었다. "이게 내 언어야." 네가 대답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대답은 필요 없었을지도.
너는 어디에서 왔을까. B612? 아직 발견되지 못한 행성? 혹은 행성도 아니었던 거니. 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깊은 구멍이 뚫려 있고 희미하게 은빛을 낸다. 내가 본 적 없는 우주 같았다. 나는 빈 곳을 움켜쥐며 너를 느껴보려 했다. 아무것도 없는데, 그 안에 무언가 있었다.
어느 날 네가 말했다. 네 언어로, 네 빛깔로, 네 리듬으로. 나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것이 네 고백이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네가 손을 뻗었을 때, 내 손과는 다른 그 형체가 나를 덮었다. 그 순간 나는 네가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너는 내가 잃어버린 모든 질문이고, 내가 감히 사랑하지 못했던 모든 것이기에.
그리고 나는 너를 안았다. 너를 이루고 있는 선들이, 빛이, 무늬가, 나의 몸에 번졌다. 그 순간, 나는 나도 너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떨어져 나온 것들이 아니다. 처음부터 같은 별에서 흘러나온 먼지였다.
나는 아직 네가 무엇인지 모른다. 더 이상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네가 누구든, 네가 어디에서 왔든, 우리는 그 순간 서로를 알아보았다. 그거면 된 거지. 우리는 언젠가 다시 흩어질 테지만, 그게 우리의 끝은 아닐 것이다.
네가 사라지더라도, 나는 너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끝끝내 네 이름을 부를 것이다, 알아듣지 못하는 네 언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