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마음들은 고정불변한 실체가 없는 것이다.
왜 그런가. 여래가 설한 모든 마음은 다 마음이 아니요. 그 이름이 마음이기 때문이니라.
여기서 우리는 여래의 위대한 선언에 또 한 번 무한한 감사를 느낄 수밖에 없다.
지금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온갖 마음이 모두 실체(實體)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마음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고,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나 자신이 이 우주에서 오로지 완전히 소멸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상해 보라, 영원히 지금의 이 마음들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이 세상이 곧 지옥이고, 나 자신이 곧 영원히 탈출할 수 없는 감옥이 아닌가?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겠는가?
그런데 여래는 우리의 이런 모든 마음들이 마음이 아니라 이름의 마음이라고 하신다.
곧 나의 모든 마음들이 그 뿌리, 즉 고정불변한 실체가 없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누구나 원하면 이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고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고, 불심(佛心)으로 바뀔 수도 있게 되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영원히 멸하지 않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내 마음을 나 자신의 본심(本心)으로 여기고 그것을 '나'라는 존재의 뿌리로 삼고 있으니, 갖가지 마음이 마치 실체가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
그래서 늘 고통스러운 것이고, 마음의 조화에 나 자신이 놀아나니 빙글빙글 돌다가 결국 어지러워서 쓰러지고 만다.
내 마음이 있다고 하는 것이 곧 망심(忘心)이고, 그것이 '나'라는 생각이 곧 아상(我相)이다.
망심(妄心)과 아상(我相)을 자기 존재의 뿌리로 삼고 있으니 이는 마치 썩은 뿌리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차라리 자기가 썩었으니 꽃을 포기하면 그나마 고통이 좀 줄어들려만, 썩은 뿌리에 화려한 꽃을 피워 벌과 나비를 가까이하고자 하니 고통이 끝없이 이어질 수밖에.
그 마음이 뭐 그리 귀하고 값비싸길래 끙끙거리며 온갖 힘을 다해서 부둥켜안고 도대체 놓으려 하지 않는지 이것이 사바세계의 최고의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그대 존재의 화려한 꽃을 활짝 피워 영원히 그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썩은 뿌리를 과감하게 도려내고 진공(眞空) 속에 그대 자신을 두면 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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