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말을 직접 몸으로 보여주신 석가모니불
공양을 마치시고 옷과 발우를 거두시며 발을 씻으신 뒤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옛말에 '평상심이 곧 도(道)'라는 말이 있고, 선(禪)의 검객이라고 불리는 임제선사가 '부처님 법은 애써 공부할 것이 없고 그저 평상대로 아무 일 없는 것이다. 용변을 보고 옷 입고 밥 먹으며 피곤하면 눕는다'라고 했다.
이 말이 무슨 뜻인가?
내가 있으면 마음이 있고, 마음이 있으면 몸이 있고, 몸이 있으면 애쓰는 것이 있고, 애쓰는 것이 있으면 움직이는 마음이 있게 되고, 움직이는 마음이 있게 되면 내가 있게 된다.
깨달은 존재인 부처란 마음의 근원인 영체(靈體)와 상념(想念)이 사라지고 오로지 불성이라고 부르는 대우주와 하나가 된 대광명체와 육체인 몸만으로 존재하게 되는데, 이때의 몸이 바로 순리 그대로의 몸의 작용이고, 곧 자연과 하나가 되어 움직이니 마음은 없다. 이런 상태의 마음 관점에서 언어를 쓰면 무심(無心), 평상심(平常心) 이런 용어가 된다. 노자의 무위 또한 똑같은 뜻이다.
또한 원효대사가 말했듯이 일체유심조인데, 마음이 멸했으니 저절로 애써 할 것이 없게 되니 이를 '평상대로 아무 일 없는 것'이라고 한다.
반면, 우리가 똑같이 용변을 보고 옷 입고 눕는다 해도 그것은 중생심의 작용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몸으로 나타나는 행(行)은 같아 보여도 내용은 하늘과 땅 차이라.
'부처님 법은 공부할 것도 없고'란 말은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마음이 멸한 상태에서 무학(無學)이 되었을 때를 일컫는 것이니 사부대중은 겉모습을 흉내 내어 봐야 자기를 속이는 것밖에 안된다. 우리도 이렇게 되도록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공양을 하고 옷과 발우를 거두고 발을 씻고 자리에 앉는 것 또한 이와 같으니 석가모니불의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말 없는 말을 하시기 위함이다.
자리를 펴고 앉는 것은 삼매(三昧)에 들고자 함이나 실은 24시간 늘 삼매 속에 계심이라, 다만 대중들을 위하여 대중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자 몸으로 나타내어 보이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