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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경영하는 금강경 season1 (3.법회인유분3)

부자의 마음과 가난한 자의 마음을 분별하지 않아야 한다.

이시 세존 식시 착의지발 입사위대성 걸식 어기성중 차제걸이 환지본처

(爾時 世尊 食時 着衣持鉢 入舍衛大城 乞食 於基城中 次第乞已 還至本處)


그때 세존께서 공양하실 때 옷을 입으시고 발우 가지시어 사위대성에 들어가서 걸식하실 때 차례로 걸식하여 본래 처소로 돌아오시다.


세존께서 밥을 걸식하시며 한평생 지낸 이유는 무엇일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대우주에서 가장 존귀한 분인 세존께서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 자신을 처하게 하는 것은 바로 우리 중생들을 위함이니 그 고마움은 세세생생 은혜를 갚아도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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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자신이 고행인욕을 함으로써 그 덕과 복을 우리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고자 하신다. 지금 시대 스승들이 제자를 비롯한 따르는 이들의 복을 오히려 가져 와서 부귀영화를 자기가 누리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둘째는 아라한을 비롯한 부처는 그 공양을 받으면 그 이상으로 공양하는 이에게 보이지 않게 덕을 베풀어준다. 그래서 아라한을 응공(공양받아 마땅한 자) 또는 복전(복을 주는 이 혹은 사람들에게 복의 씨앗을 심어주는 이)이라고 한다. 공양물을 매개로 해서 공양하는 이의 영혼과 인연을 맺어 교화하는 것이다.


셋째는 세간에 대한 관심이다. 도를 깨쳤다고 또는 도를 닦는다고 홀로 산속에 앉아 즐기지 말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세간의 정을 알고 색에 대한 올바른 견해를 가지기 위함이다. 흔히 만행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밥을 빌어먹으며 다니면 세상의 마음을 밑바닥부터 알 수 있다. 그래서 세간해라는 부처님 명호가 있는 것이다. 세상의 고통을 같이 느끼며 대비심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차제걸이(집집마다 차례로 한 집 한 집 걸식하러 다닌다)는 또 뭔가?


어느 동네든 부자와 빈자가 같이 살고 있다. 그리고 부자의 마음과 빈자의 마음이 같이 공존한다.


그런데 부처님 제자들 사이에 이런 논쟁이 벌어졌다. 어떤 제자는 부잣집만 골라 걸식하고 어떤 제자는 가난한 집만 골라 걸식하러 다닌 것이다.


가난한 집만 골라 다니는 제자의 논리는 가난한 집이 복을 받게 해 줘야 하므로 지금 당장 공양하느라 굶는다고 해도 공양받는 것이 더 낫다는 논리이다. 그리고 부자는 이미 복을 받고 있으므로 부처가 또 복을 주러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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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반대하는 제자는 가난한 집이 그나마 끼니도 굶게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하는 논리를 폈다. 빈자는 하루 한 끼 먹기도 어려운데 그런 집에 공양을 받으려면 참 미안하다. 스님에게 공양하면 그 집은 그날 굶는 날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잣집에 공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모든 논쟁이 그렇듯이 둘 다 일리가 있는 논쟁이다.


옆에서 이를 듣고 있던 석가모니불께서 한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어찌하여 부자와 가난한 자를 차별하여 보느냐? 부자의 마음과 가난한 이의 마음을 모두 평등하게 받아들여야 하거늘"


그래서 부잣집과 가난한 집을 구분하지 않고 집집마다 차례로 돌아가며 걸식을 한 것이다.


그렇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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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마음이나 가난한 자의 마음이나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다르게 가지고 있는 마음은 본래 마음의 크기에 비하면 바다의 물 한 방울도 되지 않는다. 돈을 벗어난 마음을 따져보면 모두 다 비슷비슷한 마음인 것이다.


나 역시 2년 동안 승복을 입고 목탁을 들고 탁발하러 다니며 산 적이 있다.


내가 조그만 가게에 들어가 열심히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 하는 마음과 주인이 카운터에서 몇 장 쌓여있지 않은 1,000원짜리 속에서 한 장 집어주며 합장하는 마음이 어찌 다르겠는가? 두 마음이 합해지니 비로소 부처의 마음이 되는구나....


나만의 불심이란 것이 없거늘 저마다 자기의 불심을 찾고 있으니 어디에서 불심을 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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