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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석진한

by 백수광부

[소설 : 핸섬 가이즈]


05. 석진한


호프집 개업 2일 차.

어제 하루 매출을 정우가 직접 개발한 리치 가이즈 앱에 입력했더니 붉은색 경고창과 함께 메시지가 떴다.

“분발하십시오! 목표 달성에 실패하였습니다.”


한 달 매출을 영업일로 나눈 하루치 매출이기는 해도, 그래프 하단의 관리비,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등 비용 항목보다는 한참 아래였다. 정우는 매출 상승을 노릴 한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었다. 그때 진한이 가까이 와서 얘기했다.


“주방장이 없어 메뉴도 마른안주밖에 없고, 딱히 사람을 끌어모을 요소가 부족한 것 같아요.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 개발도 하고 정기적인 이벤트도 하고 해야겠어요.”

정우는 진한의 말이 일리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진한의 휴대폰 벨이 울렸다.


“네. 알겠어요. 지금 갈게요.”

진한이 심각한 표정을 하며 집으로 달려갔다.


진한의 집에는 동생 진오와 진한의 엄마가 한참 말싸움 중이었다. 근처에 사시는 큰아버지도 와 계셨다.

“진한아, 진오가 또 대학 안 간다는 소리다. 어쩌면 좋냐?”


어머니 말에 진오가 소리를 높였다.

“대학은 가서 뭐 해? 하고 싶은 공부가 없는데!”


옆에서 듣고 계시던 큰아버지가 진오를 타이르듯 얘기했다.

“그래도 대학은 가는 게 어떻겠냐? 네 아버지도 그걸 원할 테고.”


진오는 아무 대꾸 없이 딴 곳을 쳐다보았다. 진한도 한마디 거들었다.

“공부가 싫으면 기술을 배워. 연애나 하면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진한은 진오의 SNS를 자주 들어가 보기에 알고 있었다. 미성년자인 진오가 최근에 3살이나 많은 여자를 만나 연애한다는 사실을.


진한의 집은 원래 부유했다. 1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어졌다. 어머니는 우울증이 심하게 왔고 진오도 방황했다. 진한은 실질적인 가장이자 집안의 정신적인 책임자가 되어야 했다. 각종 공모전에서 상금을 받아도, 앱 개발을 해서 목돈을 만져도 공허하기 짝이 없었다. 오늘은 동생 진오로 인해 사는 게 더 눅눅해지는 기분이었다.


진한이 진오를 밖으로 따로 불렀다.

“너 진짜 하고 싶은 게 뭐야?”

“형. 난 하고 싶은 게 없어.”


“야! 알잖아. 우리 형편.”

“그래서 더 하고 싶은 게 없다고!”


“형이 도와줄게.”

“뭘?”


“네가 하고 싶은 거 찾을 때까지 경제적·정서적 지원.”

“···.”


“미용이든 요리든 원하는 거 배워 봐. 어릴 때부터 사람도 좋아했고 손재주도 있었잖아.”

“···.”


“돈 걱정은 하지 말고 너 하고 싶은 공부 해.”

19살, 연년생 동생인 진오는 진한의 말에 눈가가 촉촉해졌다.


진한은 집안으로 다시 들어가 어머니를 안심시킨 후, 안방 이부자리를 펴 드렸다. 그리곤 소파에 앉아계신 큰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웠다.


“바람 쐬러 가요.”


큰아버지는 진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진한은 큰아버지 뒤로 가서 휠체어 손잡이를 잡고 함께 공원으로 향했다.

“큰아빠가 도와줘야 하는데 몸이 이래서 미안하다.”

“에이,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진한이, 어릴 때부터 책임감 강하고 반듯해서 큰아빠가 좋아한 거 알지?”

“알죠.”


“힘이 좀 들더라도 이 시기 지나면 또 괜찮아질 거야.”

“네. 큰아버지가 옆에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래. 돈 필요하면 얘기해라. 큰아빠가 그래도 돈은 잘 벌잖아.”

“하하. 그렇죠. 결혼도 안 하셔서 돈 쓸 곳도 없고요.”


“에잇. 이놈.”

“더 나이 들기 전에 좋은 여자 만나셔야 할 텐데.”


“너나 빨리 연애 좀 해라.”

“연애는 무슨.”


“스무 살이면 가장 예쁠 나이다. 돈 걱정은 그만하고 청춘을 즐겨.”


장애로 몸이 불편한 큰아버지는 진한이 안쓰러웠고 진한은 큰아버지를 걱정했다. 둘은 원래도 사이가 좋았지만, 아버지 돌아가신 이후 더욱 돈독해졌다. 진한의 약자에 대한 배려와 이타심은 큰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항상 진심이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각, 진한은 다시 핸섬 가이즈 호프집으로 향했다. 그는 손님 없이 쓸쓸히 홀로 앉아있는 정우에게 다가갔다.


“정우 형, 친인척 특별 알바 채용도 가능하죠?”

“무슨 소리야?”


“제 동생이 고3인데, 공부에 취미가 없어요. 알바로 하루에 2~3시간만 일하면 어떨까요?”

“동생이 뭘 할 수 있는데?”


“서빙이나 요리 아무거나. 믿어주면 잘할 녀석이에요.”

“그래? 그럼 한번 믿어보지.”


진한은 습기와 뒹군 듯한 풀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 시큼한 냄새가 콧구멍을 지나 가슴팍까지 전달되었다.








연재 수요일 연재에서 수, 토요일 연재일을 늘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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