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부르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좋아진 요즘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면 깔깔거리면서 잘 나오지도 않는 고음 질러보겠다고 폼도 잡고
마이크 쟁탈전도 서로 하면서 한 곡이라도 더 불러야지 싶어 간주점프 누르는 건 필수
그렇게 한참 목청이 쉬도록 부르다 물을 벌컥 마시다가 나보다 체력도 좋은 친구들은 여전히 잘도 부르고 있고
서로 다 부르다가 지칠 때가 되어서야 배가 고픈지 주변 분식집을 가서 각자 먹고 싶은 걸 주문해놓고 뭐가 그렇게도 좋은 지 실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깔깔거리고 서로 노래 부른 모습을 흉내도 내고 또 깔깔 웃다가
다 쉰 목소리로 걸걸 거리고 있는 와중에도 어떤 한 친구만큼은 목소리가 멀쩡했는데
그걸 보면서도 너무 웃기다고 왜 너만 목이 대단한 거냐며
정말 별 것도 아닌 걸로 웃다가 음식이 나오자 허겁지겁 입에 떡볶이, 쫄면,국수 먹을 때만 조용히 있다가
어느 정도 다 먹고 배부른 게 만족스러운지 배를 내밀고 있는 옆 자리 친구 뱃살을 한번 통통 거려주고
그것도 웃기다고 또 한참을 같이 웃고 분식집에서 나온 뒤에 또 배가 고프다고 2차로 빙수를 먹으러 가는 중에
서로 디스전도 하면서 깔깔.. 빙수 메뉴를 고르면서도 이건 무슨 칼로리? 그렇지만 다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서로 또 웃었다.
빙수가 나오면 일단 예쁘니까 사진 한번 찍고 그 과정에도 한참을 웃었고
한 입들 먹기 시작하자 겨우 조용해졌다. 먹느라 바쁜 것이다.
먹을 때만 조용했다. 그 외엔 맨날 웃기만 했다. 뭐가 그렇게 웃기다고 웃고 그랬을까
지금은 벌써 몇 년 정도 시간이 흘러
각자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들.
굴러가던 휴지만 봐도 그걸로 한참을 웃었는 데
지금은 굴러가는 휴지를 보면 아깝다, 지저분해졌다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그리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어본다.
이제는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듣는다. 목청 터지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조용히 흥얼거려 본다.
그렇게 잠깐의 여유를 떠올려본다.
오늘의 나와 그날의 나를 번갈아 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