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70호 02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우편집위원회 Sep 23. 2024

편집장 서문

편집장 유연

2024년은 유독 슬픈 해입니다. 비명시적으로는 모든 해가 그러하겠으나 2024년에 이름 적힌 여러 슬픔을 불러 보자면, 올해는 세월호 참사 10주기였고 이태원 참사가 막 1년을 넘겼으며, 아리셀 참사가 있었습니다. 나라 밖에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살이 연일 지속되었습니다. 이름 적히지 못한 빈곤의, 젠더폭력의, 숨막히는 정상성과 느슨한 사회적 안전망의, 폭력적인 노동환경의 피해자는 얼마나 많았던가요.


슬픔이 무성한 시대입니다. 사람이 자꾸만 죽고 다치고 희미해지는데 그 책임을 마땅히 져야 할 이들이 입을 닫을 때 우리는 슬퍼합니다. 슬퍼함밖에 가능하지 않다는 무력을 감각하며 슬퍼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슬퍼하는 자에게 복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참사에, 비극에, 좌절에 슬퍼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문우 70호는 영원히 슬플 편집위원들의 마음으로 넘실거립니다.


데어와 유연의 「연속기획: 우리는 이야기를 하기로 했습니다」는 슬픔에 연대하는 마음으로 사건을 쓰고자 하는 ‘우리’의 어려움을 고백합니다. 두 글은 영원히 슬플 우리가 ‘편집위원’이라는 사실에 천착해 이때 어떤 재현이, 어떤 이야기가 (윤리적으로) 가능할 수 있을지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도토리의 「기억할게, 애도의 언어로 적는 삶의 편린」은 그 자신의 슬픔을 소화시키는 애도를 이야기합니다. 이 글은 도토리가 애도의 필수불가결함에 대해 고민하고 정리한 기록입니다. 「애도와 함께 모두의 내일로」에서 비상은 그의 개인적인 애도를 넘어 사회에 애도할 것을 청원합니다. 퀴어를 비롯해 사회가 애도하지 않는 자격 없는 이들에게도 마땅히 애도가 주어져야 함을 역설합니다. 두 글은 각각 문학을 통해, 그리고 볼룸 문화를 통해 애도하는 세계를 상상합니다.


메인기획을 지나 문우의 눈으로 넘어와 보겠습니다. 산도의 「선의의 함정」은 한국이라는 인종주의 사회에서 무수한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가정 2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산도가 다문화 가정 친구들과 친밀함을 나누고 또 슬픔을 나눈 시간이 그를 이 사회에, 인종주의와 신인종주의에, 나아가 ‘다문화’라는 용어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게 만들었습니다. 「2024년 청소·경비노동자 투쟁 및 연대 아카이빙」은 이번 학기 문우의 학내투쟁TFT 활동에 바탕을 두고 쓰인 글입니다. 어푸와 비상은 글의 방대해지는 분량에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연세대학교의 청소⋅경비노동자 투쟁 흐름을 쫓아가며 기록했습니다. 당장 우리의 곁에 머무는 슬픔의 존재를 놓치지 않으려는 분투입니다.


문우 70호에는 짤막한 특별 코너가 실렸습니다. 편집위원들은 문우의 미래에, 70년 후의 세상에, 그리고 자신에게 바라는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다정함을, 예민함을, 돌봄을, 투쟁을, 편안함을, PC함을, 그리고 슬픔을 놓아버리지 않으려 애쓰고자 합니다. 그것만이 우리를 지키고 세상에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길이리라, 진실로 믿습니다. 이제 독자 여러분께 우리의 슬픔을 드립니다.


눈물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편집장 유연 올림

이전 01화 눈물을 흘려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