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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란 Mar 02. 2024

수학은 왜 공부해야 하나요? (2)

Q2. 잘 못하니까 재미도 없고 안 하고 싶어요.

요가를 5년 넘게 했었다. 매달 요가교실이 열리는 첫날에는 교실이 너무 빽빽해 몸 놀리기가 어렵다. 그래도 요가샘들은 그렇게 한 방 가득 수강생을 받는다. 다음 시간에 다섯 명, 그다음 시간에 또 세 명, 그렇게 줄어나가 1주일 후면 교실은 적정 밀도를 찾는다.


요가를 그만두는 사람들은 '요가가 나한테 안 맞는다'고 말한다. 일단 구부리는 각도, 벌리는 각도가 앞에 있는 강사나 옆에 있는 다른 수강생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눈에 딱 보이니 소질이 없다고 느낀다. 게다가 너무 정적이라 재미가 없단다. 재미는 없는데 아프고 힘들고 뭘 한 것도 아닌데 땀까지 나니 짜증 난다.


나는 유난히 후굴에 비해 전굴이 안 되는 사람이다. 나는 5년을 하고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데 생전 처음 요가를 한다는 신입회원이 첫날부터 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걸 보면 사기가 꺾인다. 어느 날은 한 자세가 너무 힘이 들어 '으~~ 으~~' 신음하다 '선생님은 안 힘드세요?'하고 강사에게 물으니 '아니요 저도 맨날 힘들어요. 더 웃긴 건, 하루 쉬잖아요? 담날은 그만큼 몸이 굳어있더라구요' 한다.


다리 벌려 앉아 양팔을 옆으로 뻗은 후 오른쪽으로 상체를 구부려 왼쪽 옆구리 근육을 펴는 동작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강사는 70도, 옆 수강생은 45도, 나는 30도가 구부러진다고 해도 바른 동작으로 같은 근육을 제대로 이완한다면 보여지는 결과치와는 상관없이 세 사람 모두에게 이 동작은 같은 효과가 있는 동작이다. 아마 힘드는 정도도 비슷할 것이다. 수학도 이와 비슷하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수포자이다. 어떤 사람들은 중2 1학기에, 어떤 사람들은 고1 1학기 중간고사 후에, 나는 대학교 3학년 1학기때 결국 손을 들었다. 이렇게 시기만 다를 뿐 다들 포기를 하게 만든 것은 수학 잘못이 아니라 전 국민에게 같은 난이도의 수업을 듣게 하고 다 같이 시험을 치게 하여 한 줄로 줄을 세우며 패배감을 준 때문이다. 잘하는 사람만 인정해 주고 잘하지 못하면 할 필요 없다는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다들 그렇게 수학에 대해 패배감을 느끼며 손을 뗀다.

30도의 각도 밖에 구부리지 못하더라도 옆구리 근육이 펴지는 기분 좋은 뻐근함과 그 동작으로 인한 건강한 몸의 변화에 주목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하는 불친절한 강사가 결국 수강생들의 포기를 부추기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은 잘 못하는 것Not so good은 하고 싶지 않다.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하고 싶다면 어느 정도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걸 인정하더라도 수학은 배우고 즐기기에 장벽이 꽤 높은 분야이다.


일단 꾸준히 해야 한다. 사실 하루종일 해야 한다. 수학을 하고 있을 때나 안 하고 있을 때나 우리 뇌는 스펀지가 물속에 푹 침잠해 있듯 수학에 대한 생각에 잠겨 있어야 잘할 수 있다. 매일매일 해야 하고 순간순간 해야 한다. 스펀지의 물이 마르면 안 된다.


게다가 공부에 투자한 시간에 비례하여 이해도나 성적이 상승하지 않는다. 수학공부는 마치 머그잔에 물을 채우는 작업과 같다. 잔을 30%, 60%, 90% 채울 때까지 겉에서 보면 차이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100도에 도달해야 끓어오르는 물처럼 수학도 100% 잔을 다 채울 만큼 생각하고 연습하기를 충분히 했을 때에야 어느 순간 '아~~~' 하는 깨달음이 넘친다.


그렇게 계단식의 성장이 있는 분야는 성질 급한 사람들에게는 쥐약이다. 그 고통의 시간을 보낸 끝에 내가 한 단계 높은 이해의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그 과정을 버틸 수 있다. 혹시 중간에 흔들리거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온다면 지금 거의 다 왔다고, 너는 할 수 있다고 곁에서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지지자도 필요하다.


지금 이 글을 학생 본인이 아니라 부모님이 읽고 있다면 물어보고 싶다. 당신에게 수학은 어떤 대상으로 남아있냐고. 위에서 말한 비슷한 이유로 포기해 버린 대상이었다면 그 좌절감이 내 자식에게 다시 반복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바로 아이의 수학공부에 대한 가장 지배적인 감정일 가능성이 크다. 두려움과 더불어 여의치 않으면 동일하게 '때려치워'라고 외칠 준비를 하고 시작하는 여정은 과연 그 결과가 어떨까.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어쨌든 우리 아이들이 더 오래 수학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꼬득이는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마음 먹냐에 따라 이 고된 여정을 즐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조금 더 얘기해보려 한다. 녹녹치 않고 그리 잘 안 되더라도 계속 수학을 해야하는 이유,



이미 요가와 머그잔 예화에서 답을 찾은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렇다면 얼른 돌아가 수학책을 펼쳐라.
Keep 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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