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운 5월이라고 생각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 봄의 기억까지 끄집어와서 떠올려보니 확실해졌다. 공신력은 없지만 귀여운 내 친구의 말에 의하면 지금은 이리 추워도 올해는 11월까지도 더울 거라고 하던데. 이상하고 이상한 이상기후다. 이렇게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는 지론에 그럴싸한 근거 하나가 추가되었다. 그렇게 되면 빙하는 녹을 테고 망망대해를 수영하던 북극곰은 어디서 쉬려나. 씁쓸하고 슬퍼졌다.
여느 때처럼 출근해서 메일함의 뉴스레터를 열며 일과를 시작했다. [우시사]가 오는 날이다. '올봄은 유난히 긴 것 같아요.'라며 운을 뗀 편지에는 '오월인데 여전히 봄의 자락을 쥐고 있는 것 같아 신기합니다. 이렇게 긴 봄을 만나본 적이 있나 싶어요. 비바람 몰아치는 봄이 아니라, 지금은 여름에 가까운 봄. 봄꽃이 지고 연두 잎이 초록으로 튼튼해져 갑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남들보다 긴 출퇴근길을 오고 가기에 그만큼 더 빨리 하루를 시작한다. 이른 아침에 나서며 맞는 바람은 5월인데도 춥다. 지난겨울엔 따뜻한 봄을 그리며 버텼는데 아직도 한창의 봄은 올듯 말듯 애태우며 오지 않았다. 얄궂게도 새벽만 그런것 같다. 그 새벽시간만 지나고 내가 사무실에 앉아있을때는 너무나도 봄이던데. 나는 언제 봄을 만끽하려나- 싶다가도 투덜거리는 내 모습이 보기 싫어져 그만두었다. 사실 '젠장' 정도는 읊조렸다. 그 정도는 괜찮지.
그런데 안미옥 시인은 올봄은 유난히 길다고 다정히도 얘기했다. 봄을 더 만끽할 수 있는 기회인데, 나는 젠장부터 떠올렸다. 비슷한 경도와 위도를 공유하는 공간에서, 같은 계절을 살고 있으면서도 느끼는 바가 이리도 다르다니. 다정함도 지능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렇다면 그녀는 천재인가 보오. 저는 한참 모질이고요...
아마 그 뉴스레터 덕분에. 나의 아침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 그 이후로 기온이 크게 오르기도 해서 그럴지두...) 뉴스레터 한 편이 마음가짐을 고쳐먹게 도와주었다. 그게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사실 글 한 편이 나의 여러 날 중 한 시간에라도 영향을 끼친다면 개이득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 쉽게 안 바뀌어요'는 불후의 명언이자 성경이고 법전이자 진리이다. 대략 서른 해 정도 산 나도 통감하고 있는데 우리 엄마도 사람 쉽게 안 바뀐다고 했다. 그냥 내 예상인데 할머니도 그랬을 것 같다. 어르신들도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니 얼마나 맞는 말일까. 그런데 메일 하나가 나를 (잠시) 바꿔주다니. 인풋 대비 아웃풋아 아주 뛰어난 고부가가치 행위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내가 얼마나 다정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거의 매일 다짐한다, 냉소적이지 않기로.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읽는다. 내겐 활자가 가장 설득력 있다. 고백하건대, 최근엔 QBlock이라는 폰 게임에 빠져 읽기를 게을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자아성찰성 글도 적었겠다, 오늘은 집 가는 길에 또 읽어야겠다. 읽고 딱 그만큼만 성장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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