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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범진 작가 Mar 16. 2024

직장 생활에서 주눅 들면 안 되는 이유

관계 21

직장 생활에서 주눅 들면 안 되는 이유는 위선자(僞善者)의 호구(虎口)가 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위선자는 상사일 수도 있고 동료일 수도 있고 심지어 부하직원일 수도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생계가 볼모로 잡혀 호구가 되는 사람들을 본다. 직장에 얼마나 갑질이 만연하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생겼겠는가! 그러나 법이 있어도 여전히 호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위선자는 호구인 사람을 정신적으로 지배하여 그러한 법조차 무용지물(無用之物)로 만든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호구가 되는 것일까? 흔히 호구가 되는 사람들은 마음이 약하고 착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호구가 될 수밖에 없는 정당한 사유가 되지는 못한다. 오히려 패배자의 변명처럼 들린다.     

상사의 은연중에 떠보는 기분 나쁜 말들 심지어 무례해 보이는 행동을 참고 지내는가! 상처가 되는 말들과 행동을 참아서 무엇을 얻었는가! 노력해서 들어간 직장인데 몇몇 쓰레기들 때문에 하루하루 인생이 고달파서야 하겠는가!     


위선자는 아무나 호구로 만들지 못한다. 그들은 비겁하게도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을 호구로 만들려고 한다. 먼저 체구가 작은 사람이다. 위선자는 그런 사람을 함부로 대해도 문제없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두 번째로 목소리가 작은 사람이다. 위선자는 목소리에 자신감이 없는 사람을 호구의 먹잇감으로 점찍는다. 세 번째로 배경이 좋지 못한 사람이다. 위선자는 도와주는 척하며 접근하여 그 사람의 위세(威勢)가 어느 정도인지 간을 본다. 그 사람이 별 볼 일 없다고 판단하면 호구로 길들이려고 큰소리로 협박한다. 넷째로 어떤 분야에서도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특정 분야에 독보적인 존재감이 있다면 위선자는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존재감이 있다는 사실은 주변에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호구가 될 수 있는 조건은 다양할 것이다.     


직장에서 위선자에게 주눅 드는 이유는 위선자의 행패로 생계유지에 문제가 생길까 봐 두려워서이다.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 어떻게 생계를 이어갈지에 대한 막막함과 가족들이 겪게 될 고통을 생각하면 차라리 호구로 지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여전히 부조리(不條理)한 일들이 많지만, 한국의 조직문화는 엄청난 속도로 성숙하였다. 예전에는 위선자들이 만만한 사람을 호구로 만들어 마음대로 이용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고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바뀌어 공식적인 절차가 아니면 함부로 다른 사람을 해코지할 수 없다.     


호구가 되지 않으려면 일단 어깨를 펴고 눈을 부릅뜨며 말해야 한다. 어차피 위선자도 직장에서나 어려운 관계이지 직장을 떠나면 서로 남남이다. 그런 위선자의 말과 행동에 인생이 휘둘려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선자도 자세히 살펴보면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만 군림하려는 겁쟁이일 수 있다. 생계가 걱정되어 주눅 든 모습은 위선자에게 호구의 먹잇감으로 보일 뿐이다. 위선자의 진짜 모습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위선자에게 지배되어 호구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면 끝없는 패배의 늪에 빠질 것이다. 호구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나약한 안도뿐이다.    

  

위선자가 당신을 함부로 대한다면 싸움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위선자는 당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고 당신을 정신적으로 지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더 나아가 위선자는 자기가 가는 길에 방해된다고 생각하여 차라리 당신을 존중하며 피하게 될 것이다.     


이십 년 전 증권회사에 다닐 때 한없이 강해 보이던 임원이 한낱 동네 아저씨였다는 사실을 목격하였다. 그날 금융상품으로 손해 본 고객들이 본사 건물에 쳐들어왔다. 직원들이 막으려고 노력하였지만,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상무는 고객들의 손에 끌려 회사 로비로 나왔다. 고객들은 상무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물었다. 멋진 구레나룻을 길렀고 비싼 양복을 입었으며 언제나 낮은 목소리로 엄하게 말했던 그 상무는 고객들 앞에서 모깃소리나 내는 그냥 초라한 동네 아저씨였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직장에서 생계 걱정으로 주눅 드는 것보다 직장에서 당당히 벗어날 방법을 찾는 것이 인생에 더 이롭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곳이든 위선자는 있게 마련이고 언제나 인생에는 위기가 닥친다. 어려운 현실에 주눅 들어도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차피 직장은 떠나면 그만이고 언젠가 떠날 수밖에 없다. 가끔 직장 생활의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죽음을 택한 사람들을 본다. 죽음만이 호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차라리 살아 있을 때 두려움을 누르고 현실에 맞서 싸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직장의 모든 일이 직장을 떠나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된다기쁨도 슬픔도 그리고 고통도 무심이 흘려보낸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지나간다어차피 언젠가 떠나게 될 직장이 내가 주눅 들어 산다고 나를 봐주거나 붙잡지 않는다그러니 어깨 펴고 당당하게 말해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그래서 더욱더 직장 생활에서 주눅 들어 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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