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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범진 작가 Mar 24. 2024

부모가 자식 간섭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유

관계 24

부모가 자식 간섭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부모가 자식에게 투자한 본전(本錢)을 과대평가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식의 삶에 간섭하여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를 본다. 부모가 자식의 삶을 간섭해도 된다는 믿음은 자식에게 투자한 노력이 엄청난 희생이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식을 키우는 과정에서 고통과 희생이 따른다. 그러나 부모는 자식을 키우는 과정에서 수많은 기쁨도 누렸다. 어리석은 부모는 자식을 키우는데 들어간 고통과 희생만 생각하여 자식의 삶을 간섭하고 보상받으려고 한다.     


어리석은 부모는 자식의 성공이 자기 덕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식의 실패는 자식의 노력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리석은 부모는 자식에게 쏟아부은 본전을 정당화하고 높게 평가받으려고 성공한 자식에게만 집착한다. 본전의 가치를 성공한 자식의 삶에 간섭함으로써 입증하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의 본전에 동의한다면 부모의 간섭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식이 부모의 간섭을 거부한다면 부모의 본전은 확실히 과대 평가된 것이다. 자식은 부모의 도움으로 자랐지만, 성공은 부모의 본전이 아닌 자기 노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부모의 본전에 대한 엇갈린 평가는 서로를 의심하고 반목하며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실패한 자식에 대한 부모의 간섭은 정당한가! 자식이 부모에게 삶을 의지하고 있다면 부모의 간섭은 정당화될 수밖에 없다. 자식이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된다.     

 

한편 부모가 자식 간섭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부모와 자식 간에는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겸손한 마음이 있는 것이다. 부모는 본전이 작다고 생각하여 지금의 자식 모습이 감사하고, 자식은 부모의 희생이 크다고 생각하여 자기 모습에 감사한다. 부모는 자식에게 잘 입히지도 못하고 잘 먹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살아줘서 고맙다는 마음일 것이다. 이러한 부모는 자식의 삶에 간섭하여 보상받으려 하지 않는다. 자식은 부모님이 잘 입지도 못하고 잘 먹지도 못하면서 자기를 키워줘서 감사한 마음일 것이다. 이러한 자식은 부모의 간섭을 관심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동안 부풀려진 본전이 마음을 바꾼다고 갑자기 작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좋아지려면 서로의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것이 쉽지 않다면 결론도 나지 않는 싸움에 감정 소모만 할 뿐이다.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은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그러나 성인이 되어 살아가는 것은 결국 혼자 힘으로 해내야 한다인간은 미래를 향해 살아가는 존재이니 과거의 본전에 얽매여 서로 괴롭다면 차라리 거리를 두고 각자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잦아들지 않는 욕심은 자기 생각만 공고히 하여 서로의 마음만 괴롭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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