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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범진 작가 Mar 21. 2024

밥을 얻어먹기만 하는 사람을 피해야 하는 이유

관계 23

밥을 얻어먹기만 하는 사람을 피해야 하는 이유는 세상을 자기 관점에서만 생각하는 거지 근성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형편이 어렵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은 밥을 얻어먹는 것이 미안하여 아예 만남을 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밥을 얻어먹는 것이 미안하기는커녕 당연하다고 느낄 것이다.     


살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지만 특히 밥을 얻어먹기만 하는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은 친구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상대방의 입장은 아랑곳없이 자기 마음대로 상대방을 평가한다. 상대방도 다른 사람에게 밥을 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자기보다 형편이 좋다는 이유로 밥을 얻어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둘째는 다른 사람의 이익에 빌어 붙어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거지 근성을 갖고 있다. 이런 사람은 절대로 손해 보려 하지 않으므로 지갑을 여는 일도 거의 없다.     


얼마 전 지인의 얘기를 듣고 우리가 너무 거지 근성을 갖고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봤다. 한 사업가는 수시로 주변 사람들에게 밥을 샀다. 그런데 밥을 얻어먹은 사람 중 하나가 돈도 많은데 고작 밥만 사냐며 요리도 같이 사라고 투정 부렸다. 사업가의 어마어마한 부를 고려하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밥을 얻어먹은 사람은 그 사업가가 부자 되는 데 도움을 준 적이 없다.     


다른 사람의 성공이 자기 덕분인 것처럼 주인 행세하는 그 거지 같은 발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다른 사람이 실패하기를 바라는 심보를 가졌으면서도 성공하니 착 달라붙어 조금이라도 빼먹고 싶은 마음인가 보다.     


몇 해 전 우연히 연락이 닿아 만나게 된 후배가 있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만날 때마다 밥을 샀다. 그는 내가 선배이고 더 잘 산다고 생각했는지 내가 사는 밥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는 내가 이 자리에 오는 데 도움을 준 적이 없다. 그저 후배가 반가웠고 그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밥을 산 것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내가 밥을 사는 것이 당연해졌고 후배는 밥 한 번 사겠다는 말이 없었다. 한참 후에 나는 왜 이런 만남을 유지하는지 나 자신에게 묻게 되었다.     


나도 돈을 쓰는 것이 아까운데 후배는 그것이 당연해 보였나 보다. 나의 배려가 그에게 당연함으로 보인다면 더 이상 나의 배려는 배려가 아니다. 그리고 문득 후배는 밥 먹는 것만 그렇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모든 것을 자기 관점에서 생각하고 절대로 손해 보지 않으려는 친구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만남을 인간적인 정으로 포장하기에는 너무 가볍다. 물론 내가 밥을 사면 내게 밥을 사지 않아도 다른 방법으로 배려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까지 거지 근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아니다.      

밥을 당연하게 얻어먹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성공을 함부로 깎아내리고 자기가 가진 것만 귀하게 여기는 이기적인 사람일 것이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돈을 쓰지 않아 잃을 것이 없으니 언제든지 떠날 사람이다. 밥을 세 번 정도 사줘도 고마워하지 않는 사람은 곁에 둘 필요가 없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그런 사람과의 인간관계로 얻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까칠한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직 밥을 사고 싶은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니 그리 나쁜 생각도 아닌 것 같다다른 사람의 작은 배려가 얼마나 큰 용기와 수고를 통해 나왔는지 깨닫는 사람만이 좋은 사람과 인생을 함께 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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