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은서른아홉부터 Aug 22. 2024

어느 날 포털 광고를 보다. 아묻따! 그냥 해보는 거야

예전에 나는 누가 '방통대'라고 해서 그냥 방통대인 줄 알았다. 회사를 다니면서 방통대로 4년제 학사를 땄다는 말에 그게 뭔데? 약간 그냥 흘려듣기만 했지 그게 뭔진 사실 잘 몰랐다. 그냥 공부라는 건 살면서 다신 없을 기회인 줄 알았고.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따라 회사일은 엄청 바빴고 짜증도 나있었다. 그냥 일하기 싫은 날.


그래도 꾸역꾸역 참고, 일을 하고 점심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수시로 일하는 척하면서 가끔 힐끗힐끗 모니터에 뜬 인터넷 창 한번 들여다 보고, 또 꾸역꾸역 일하다가 수시로 가끔 힐끗힐끗 모니터 한번 들여다보고.


회사 PC는 일체 광고 안 뜨게 adstop이라는 프로그램을 깔아놔서 광고가 안 떴는데 그날 오류가 생긴건지 뭔지 광고가 무지하게 뜨는거다. 광고 보는 재미로 꾸역꾸역 일하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다. 방송통신대 신입생 모집! 뻘거죽죽 했다가 퍼러죽죽 했다가 색깔이 이상하게 바뀌었다 나타났다.


그때 팍! 꽂혀버렸다. 아! 내가 대학을 가야 하겠구나. 


대학을 준비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나 33살에서 34 올라갈 무렵에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당시 사정도 안 좋았는데 여기서 책을 좀 주고 저기서 책을 좀 주고 내 돈을 조금 보태고, 50일 수학이라고 수학 일타강사님이 강의하시는 ebs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걸로 내가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1이 되며 그냥 놓아버렸던 수학의 기초를 다지며 중학교 수학 문제집을 이해할수 있을때까지 풀어서 수학의 기초를 다졌다.


또 ebs에서 하는 올림포스 닥터링으로 고등학교 수학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하루에 영어단어 100개씩 외우고, 내가 좋아하는 문학책들을 실컷 읽고 쓰고 즐기며 ebs 수능강의를 보며 대학 수능을 준비한 적이 있었다. 당시 성적도 만족할 만큼이 나왔는데, 대학을 들어가기엔 당시 내 수중에 돈이 얼마 없어서 그냥 포기해버렸고 인생에 큰 교훈을 얻었다는거에서 막상 돌아보니 후회할일은 아니더라.


그래도 그때 내가 큰 기회를 놓쳤구나 싶었는데, 광고를 보는 순간 진짜 무슨 전기가 오는 거처럼 찌르르르 척추를 타고 전류가 흘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 기회 마저도 놓쳐 버리면 앞으로 내가 다시는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없겠구나. 본능적인 감각이 딱 느껴졌다.

 

꾸역꾸역 참고 또 참으면서 점심시간만 기다렸다. 점심을 10분 만에 먹고, 잠깐 나만의 한숨타입(흡연시간)을 가진 뒤 부리나케 쫓아와 방통대 신입생모집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냥 자연스럽게 찾게 됐다.


원격강의 시스템이 뭔진 모르지만 원격이라고 하니 맘에 들었고, 그냥 이유없이 마음에 들었다. 학비도 330만원이 아니라 33만원이면 그렇게 비싼 금액도 아니고. 누군가는 회사 다니면서도 한다고 하니 그것도 좀 만만하게 느껴졌다. 막상 해보니 절대 만만하진 않았지만.


누가 말릴새라. 그냥 부리나케 15,000원 전형료를 납부했다. 그리고 발표날만을 기다렸다. (사실 내가 지원한 경영학과는, 경쟁율이 그렇게 치열하진 않아서 굳이 발표날을 기다리지 않아도 합격할거란 기대감이 있긴했다)


1월 25일 목요일 아침 9시 1분!


(방송대) 합격을 축하합니다! 당신의 꿈을 위해 등록금납부(1.25~1.31.)바랍니다


내 인생이 180도로 바뀐날. 바로 이순간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