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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서른아홉부터 Aug 22. 2024

호손실험과 39세 경영학도의 큰 깨달음

안녕하세요, 저는 39살 늦깎이 경영학도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39살 늦깎이 경영학도입니다. 사실 저는 숫자와는 거리가 굉장히 먼 사람입니다. 숫자개념이 없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저는 그냥 숫자랑은 별로 안 친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는 틀에서 흐름을 보고 맥을 짚어내는 건 굉장히 잘합니다. 일을 할 때도 일의 흐름을 보고 무엇이 우선인지 일의 순서를 정해 순서 안에서 계획대로 움직이는 걸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말 그대로 저는 39살 늦깎이 경영학도입니다. 저는 사실 꿈이 있어요. 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회계사나 세무사에 도전해보고 싶거든요. 숫자개념이 없다지만 그건 시간 안에 맞춰 일을 하느라 맘이 급해서 그런 거고, 일을 할 때도 그렇고 저는 금액 맞추고, 숫자 맞춰 금액일치시키고 세금계산하고 이런 건 굉장히 좋아해요.


대학을 졸업하면 43살이고, 세무사시험 준비 3년 잡으면 빨라도 46살~47살에 세무사가 되겠네요. 100세 시대에 적어도 제가 70살까지 최소 20년 이상은 일을 해야 할 텐데, 제가 일하고 있는 이 업종에서 제가 70살이 되어도 할 수 있을까란 어느 날 문득 든 생각에 no!라는 답이 나왔어요.


제가 막 몸이 엄청 민첩해서 운동선수를 하고 그걸로 연금을 받아 생계를 이어 나갈 가능성은 0%에 수렴하고, 그렇다고 제가 몸매와 얼굴이 이뻐서 PC앞에 앉아 제 끼를 발산해 그걸로 돈을 벌 수 있을 가능성도 0%에 수렴하고, 제가 큰 봉사정신이 뛰어나서 약자를 보살피고 그러기엔 또 제가 매우 이기적이고 못된 인간이라 그럴 가능성도 0%에 수렴하고.


저처럼 융통성 없고 이기적인 사람이 늦은 나이에도 꾸준히 할 수 있는 무언가는 '사'자가 들어가는 전문직밖에 없더라고요. 특히나 세무나 회계는 근거를 나타나는 숫자와 페이퍼로 이야기를 해야 하니 굉장히 저랑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영학이라는 학문은 그래서 재미있어요. 굴렁쇠처럼 굴러가는 회사의 큰 흐름을 한걸음 멀리서 보게 되고, 국가경제의 기조나 국가 경제의 흐름도 정치의 흐름도 예전엔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만 옳은 놈이고,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은 무조건 썩을 놈 죽일 놈이었는데, 이젠 그것도 세 걸음 정도 멀리서 보면서 그 흘러가는 시류를 보게 된다니까요.


경영학이란 학문을 배우면서, 뭐 여러 가지 예시가 있는데 저는 그중에서 가장 크게 감동을 받았던 예시가 있었어요. 호손실험을 소개해주던 단락이었는데요. 브런치구독자님들께도 같이 공유하고 싶어서 오늘은 그 예시를 잠깐 소개해 드립니다.


증기기관의 발견으로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전기의 발견으로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산업사회가 한참 융성하던 그때. 프레데릭테일러는 당시 철강회사의 관리자였는데, 어느 날 문득 월급 루팡을 발견하게 됐어요. 회사는 최소한의 투입을 해서 최대한의 이윤을 뽑아먹는 것이 주목적인데 아니 이 월급루팡들은 일주면 싫어하고 최대한 밴둥거리면서 일하고 싶지 않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 테일러는, 과학적 관리론(The 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이라는 이론을 하나 생각하게 됩니다. 노동력을 직관이나 감성 아닌 수치(과학)적으로 접근해서 효율적인 경영을 해보면 안 될까?


1. 경험에 의존해 오던 모든 작업요소들을 과학적으로 판단할 것

2. 노동자들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지표화 시키고 적성에 맞게 선택해서 적재적소의 현장에 배치할 것

3. 과학적 원칙에 따라 노동자들이 협력하여 업무를 완료할 것

4. 관리자와 노동자가 같은 책임을 지고 결과물도 공평하게 나누고, 아무리 관리자라 할지라도 자기 적성에 맞는 업무라면 노동자에게 떠밀지 말고 관리자가 직접 처리할 것.

거기다 플러스 알파로, 일을 잘하고 생산량이 많이 나오는 노동자의 경우엔 인센티브 지급으로 인해 그들의 노동이유에 동기를 부여하기.


이론적으론 굉장히 맞는 말인데, 당시 고용주들은 자기에게 유리한 부분만 인용해서 직원들을 기계의 부품처럼 부려먹지만 노동자에게 유리한 부분(결과물을 공평하게 나누는 부분, 인센티브)은 의도적으로 배제해서 되려 없느니만 못한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어요. 일할 사람은 널렸으니, 일하기 싫은 사람은 떠나도 된다 되려 배짱장사 시작된 거죠. 거기다 정부는 기업의 편이니. 갈려 나가는 건 노동자뿐.


1929년 대공황이 터지고, 이 과학적 관계론의 한계를 느낀 학자들이 또 하나의 이론을 발견하게 된답니다. 바로 이 인간관계론이에요.


호손실험에 참가 중인 호손공장의 여직원들, C. 하버드대


하버드대 심리학자 메이요와 뢰슬리스버거는 웨스턴 전기회사(Western Electronic Co.)의 호손공장에서 실험을 시작하게 됩니다. 분명히 이 호손공장은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에 따라, 복지는 당시엔 최상위권 수준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생산량은 너무너무 별로였단 말이죠?


조명을 낮췄다 올렸다. 사진도 찰칵찰칵. 감시자도 붙여봤다가. 불만사항을 들어봤다가 별짓을 다해도 결과치의 차이는 실험군과 비실험군이 굉장히 미미했지만, 실험 전과 후를 따져보면 실험군과 비실험군의 생산량은 모두 동일하게 올라갔고, 실험이 끝나자 생산량은 실험 전으로 돌아갔다는 이상한 결과가 나왔어요.


이유는 이랬어요.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공장에 나와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하란 것만 하고 시간 때우다 집에 가면 또 내일 아침에 와서 일해야 하는 그냥 단순 노동자인데, 이런 나를 관찰하기 위해서 무려 하버드대에서 사람들이 나와 사진도 찍고 다하네? 어깨가 으쓱. 더 잘 보이고 싶어서 더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결론에 다 달아요.


물론 조명의 밝기, 감시자, 불만사항을 들어주는 관리자, 팀변경 모두 외부 환경 조건의 변경이었고 이 외부환경의 조건이 노동자의 심리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싶어 시작한 실험이었지만 조건에 대한 실험은 실패했고 다만 '긍정적 관심'이 얼마나 노동자의 심리에 긍정적 변화를 끼치는가에 대한 긍정적 결론이 저는 굉장히 제 맘에 쏙 들었어요.


긍정적 관심


저는 그래서 제 인생에도 긍정적 관심을 기울여 보려고 합니다. 우울한 감정이 밀려올 때는 예전처럼 우울한 감정에 파묻혀 아 내가 우울하구나에서 멈추지 않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지? 내가 술 마시는 거 말고 뭘 해야지 행복하지? 그리고 얼른 내가 하면 행복할 일들을 찾아서 시작합니다.


얼마 전 브런치 작가님께 책을 선물 받았어요. 최길성 작가님이신데, 검찰수사관을 하시며 겪으신 여러 에피소드를 책으로 묶어 출판하셨어요. 굉장히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때론 눈물이 찡 나는 에피소드도 있고요. 그런 책들을 읽는다던지, 아니면 로봇청소기 이모님을 강제로 일을 시켜보기도 합니다.


우리 집에 있는 로봇청소기 이모님은 물걸레질도 동시에 하시는 이모님이시라 이모님 지나간 길은 왠지 촉촉하고 느낌이 반짝반짝하고 예쁘거든요. 그래서 지나가시는 길을 보며 아.. 맘이 정화되는 느낌도 들고, 미지근한 물에 찰박찰박 샤워를 하며 향기 좋은 샴푸와 린스로 기분을 업해보기도 합니다.


부끄럽지만 예전에 퇴근하고 오면 배달음식 잔뜩 시켜 먹고 술에 가득으로 취해 코 골고 자고 일어나 대충 또 옷 입고 출근하고, 온 집은 쓰레기 천국에 싱크대 가면 배달음식 쓰레기 가득 쌓여있고 부끄러운 제 과거예요. 요즘은 그래도 로봇청소기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돌리고 쓰레기는 그때그때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바로 버리려고 노력하고, 술을 최대한 줄이고 내 인생에 긍정적 변화를 주려고 굉장히 부단히 노력하고 있어요.


끊임없이 할 수 있다고 응원해 주는 제 솔메이트도 제가 제삶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게 도와주는 큰 긍정적 관심이기도 해요. 처음 만난 그때도 그러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9월이 되면 한 달 동안 원 없이 놀았으니 이제 나를 세상으로 던져 내 보금자리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한도 끝도 없이 놀고 싶어 했겠지만 이젠 달라졌어요. 나에겐 내가 책임져야 할 두 마리의 강아지와 짐 되지 말아야 할 내 긍정의 원동력 솔메이트가 있어요.


브런치 작가님들도 그리고 구독자님들도, 오늘 생업전선에 뛰어드시면 주변을 한번 돌아봐 주시겠어요? 어쩌면 과거의 저처럼 세상을 향해 악만 고래고래 지르면서 살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오늘 따듯한 말씀 한마디, 따듯한 긍정적 관심 어떠세요? 어쩌면 당신의 긍정적 관심과 긍정적인 말 한마디에 그 사람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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