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가보자.
이 감정의 끝이 어디인지.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
<첫사랑의 끝에서, 나를 만나다. 中>
by 마음계발
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마음의 맨 아래까지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그곳은 계단처럼
천천히, 한 걸음씩, 발로 딛고 가야 한다.
감정의 끝으로 향하는 길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버튼 하나로 내려갈 수 없고
단숨에 도착할 수도 없다.
천천히
한 걸음, 또 한 걸음
숨을 고르고, 발끝을 느끼며,
마음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내려가는 길에서
마음을 마주한다.
냉장고 가장 깊은 곳
검은 비닐봉지째 넣어두었던 감정들.
이미 차갑게 굳은 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마음의 기억들.
다락방 구석에 놓아둔
낡은 편지, 파편이 된 기억,
차마 꺼내진 못했던 말들,
먼지를 뒤집어쓴 감정들.
그것들은 사라진 적이 없었다.
그저 닫힌 채로 오래
썩어가고 있었을 뿐이다.
살다 보면
예고 없이 어떤 감정이 찾아온다.
설명할 수 없는 슬픔.
갑자기 밀려오는 외로움과 죄책감.
아무 생각도, 말도 하기 싫은 무기력감.
그 감정들은 바이러스처럼
마음 어딘가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는 순간 파고든다.
그러면 마음은 감기에 걸린다.
그 감기는 몸까지 아프게 한다.
하지만
감정의 근원을 찾아가는 길은
‘과거의 나’와 마주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두렵다.
‘과거의 나’를 다시 꺼내는 일은
장미 가시처럼 날카로운 기억을
손에 쥐는 것과 같으니까.
그럼에도 내려가야 한다.
도망치듯 버티는 삶이 아니라
마주하고 내려놓는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내려가야 한다.
직면하지 않으면
마음은 계속 감기에 걸린다.
면역력이 약해지는 순간 무너진다.
몸도, 마음도.
그래서
온 마음을 다해 마음을 찾는다.
숨겨 놓았던 감정과
기억들을 한 조각씩 찾는다.
천천히, 멈추지 않고, 계속.
나를 감싸던 두꺼운 껍데기.
오랫동안 쓰고 살아온 가면.
이제... 놓아줄게
한 걸음, 또 한 걸음
하나씩, 천천히 놓아준다.
붙들지 않는다.
놓아준 자리로
바람이 불어온다.
살랑살랑
내 마음을 스쳐 지나갔다.
놓아주니
마음에 물길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마음의 감정과 기억이
고이지 않고, 썩지 않도록
흘러갈 수 있는 길이 생겼다.
더 이상 마음 깊은 곳에
감정과 기억을 숨겨 두지 않아도 된다.
흘려보내면 된다.
< 마음계발 Tip >
혹시 여전히 손안에 꽉 쥐고 있는
감정이나 기억이 있으신가요?
오늘 하루만큼은
그 손을 살며시 펴 보는 건 어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