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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선령 Feb 16. 2024

9. 초1 급식 금기 메뉴

1학년을 앞니로 구별한다


1학년 담임은 급식 메뉴에 민감하다.

우리반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가!

오늘 메뉴는 반짝반짝 갈색 ‘밤’이다.

예상대로 여기저기서 선생님을 부른다.

앞니 없는 녀석들은 그 밤을 가를 수 없다.

1학년 급식에서 가장 큰 난관은 ‘앞니의 유무’다.

나는 1, 2학년을 구별할 때 앞니를 본다.

1학년은 대부분 앞니 두 개가 빠져 있다.

그래서 딱딱한 메뉴가 나오면 아랫니나 옆니로 겨우 갉거나 빨아 먹는다.

‘옥수수’는 내가 한 줄을 비워줘야 아랫니로 옥수수알을 뜯어낼 수 있다. 한 줄을 비운 옥수수를 차례대로 받은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 노래의 실사판이다.

‘단단한 과일’도 예외는 없다.

다 먹은 급식판 구석에 정체불명의 형체가 놓여있는데, 자세히 보면 아랫니로 어떻게든 갉아 먹어보려 애쓴, 즙만 빨려 앙상하게 변한 ‘감’이나 ‘사과’다.

두 번째 난관은 ‘8세 인생동안 먹어보지 않은 메뉴에 대한 두려움’이다.

급식 후에도 수업과 방과후 활동이 있으니 골고루 든든하게 먹어줬으면 하는 선생님 욕심에 ‘요고 하나만 먹어보자~’, ‘으웩!’거리는 실랑이가 벌어진다.

또 어려운 메뉴는 가시와 뼈를 발라내야 하는 생선이나 고기 종류, 포장을 뜯어내야 먹을 수 있는 꼭지 달린 아이스크림, 컵음료, 팩음료 등 디저트 종류다.


부지런히 도와주고 있으면 선생님의 현란한 손놀림을 응시하며 얼른 먹고 싶어 혀로 입술을 핥고 있다.

으이구, 너네 선생님 없으면
급식 우째 먹을래?


으스대고 있을 때,

내 도움 없이도 깔끔하게 다 먹고 유유히 지나가는 저 녀석에게는 이상하게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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