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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선령 Feb 19. 2024

10. 마음껏 싸워봐

대신 해결해주지 말아요

씩씩씩, 씨뻘개진 두 녀석…….

학부모님은 더 속상하다.


오늘 *와 •가 싸웠다는데,
거짓말 안하는 우리 *말로는
•의 잘못이라네요.

상처받은 우리 *에게
•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당장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도 부탁드립니다~”

1학년 교실은 매일 일이 벌어진다.

그래서 살아있다.

그걸 꾹꾹 누를 수는 없다.

그걸 가르치려 들 수 없다.

저는 우리반에서 더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길 바란다.”

고 말씀드린다.

친구과 함께 생활하면서 반성하고 깨우치는 아이들


심장이 쿵쾅쿵쾅 친구와 큰 소리로 싸워보고,

다신 놀지 않겠다 해놓고선

괜히 신경 쓰이는 허전함도 느껴보고,

먼저 걸어준 말 한마디에

모든 화가 사르르 풀려도 보고,

용기 내 겨우 해본 사과에 서로 끌어안아

눈물 콱 쏟기도 하고,

그 과정을 지켜보며 내 행동을 돌이켜도 보고.

쓸데없는 감정은 없다. 화도 짜증도 억울도 분함도 드러내야 다스릴 줄 안다.


그러다 보면 어떤 감정의 소모는 부질없음을 알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낸다.

그걸 배우는 곳이 교실이다.

그건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그럴 시간을 줘야 한다.

먼저 8세를 겪어본 우리는 대신 해결해 주는 역할이 아니라,


내뱉지 않곤 견딜 수 없는, 착하지 않은 이야기라도 가만히 들어주고, 조금은 넉넉한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방향을 손짓해 주어야 한다.

8세가 읽어야 할 최고의 고전 <말로 해도 되는데>를 빌려 일년간 우리반에서 일어나는 천태만상의 폭발을 단 10줄로 정리해 왔다.

철학자이자 평화운동가 조은성(아람유치원 6세)님께 존경을 표한다.


                       말로 해도 되는데

                                                 조은성(여섯살)
                         <맨날맨날 우리만 자래> 수록

오늘 종찬이가 형아들한테 맞았어요.
종찬이가 형아들한테 야! 그래서요.
그래서 형아들이 종찬이 때렸어요.
그런데 야! 한 사람이 나빠요,
아니면 때린 사람이 나빠요?

제 생각에는
종찬이가 먼저 나쁘고
그 다음 형들도 잘못한 것 같아요.
말로 해도 되는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스스로 반성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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