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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선령 Feb 21. 2024

11. 청소에 필요한 것

빗자루를 본 적 없는 아이들

초등 1학년 담임 안 해본 사람들은 모른다로 시작할 이야기가 백만 가지 되지만, 특히 애써 지도한 결과라고 세상에 드러내고 싶다.


첫 1학년 담임을 맡은 3월 종례 시간,

‘미니빗자루와 쓰레받기세트’를 꺼내 아이들과 교실 청소를 시작하려는데 어째 모습이 희한하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쓰레기를 밀고 다닌다.


한둘이 아니다.

전혀 장난스럽지 않고 진지하다.

청소하던 내 손을 멈추고 아이들을 관찰하며 돌아다니다가 대체 뭐하는 것인지 3명까지 물어보고 답을 알았다.

요즘 1학년 아이들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본 적이 없다.

청소기를 흉내 내서 밀고 다니면 쓰레기가 저절로 청소되는 줄 안다.

다음날부터 차근차근 매일매일 새겨갔다.

우리반에게 교실은 집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이다. 그래서 더더욱 책임지고 쾌적하게 유지한다.

우리의 소중한 공간은
함께 깨끗이 만들래요!

쓰레기를 빗자루로 쓸고 모아, 쓰레받기에 옮기는 것은 2주 연습하니 쓰레기를 이만큼 모았다며 자랑해 댈 정도가 된다.

대단하다는 칭찬을 해주면 그걸 들은 다른 녀석들이 쓰레기를 더 찾아낸다.

5분 안에 누구의 걸레가 가장 까매지는가!

대결하는 날에는 교실이 아주 빤짝빤짝한다.


미술 활동이 끝난 시간,

스스로 제 자리를 정돈하고 다음 시간을 준비해 놓는 11월의 아이들을 보며

‘내가 다 키웠네’ 싶다가 당황했던 어느 해 3월이 생각나 끄적여 본다.

여러분, 청소하려면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이 뭘까요?”


쓰레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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