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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선령 Feb 23. 2024

12. 날 닮아 버거운

얌전할 날 없는 우리반

유능한 교사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교실이 평온하다고 배웠다. 학급의 분위기는 교사를 닮아갈 것이라고.


나는 표현이 풍부한 사람이다.

표정과 몸짓이 감춰지질 않는다.

궁금하면 못 참고, 알지 않고는 못 배긴다.

아이들과 살다 보면 만감이 교차하는데 그걸 꾹 참아내기가 힘들다. 나는 드러내 보기로 했다.


나도 아이들도 자신을 숨기지 않고 마음껏 표현하는 우리 교실의 장점은

나를 닮아 역동적이라는 것.

단점은 그 역동을 따라가기 가끔 버겁다는 것.


1학년의 통합과목 우리나라에 대해 배우고 있다.

사방치기 하다 “쌤 선 밟았다!” 소리치는 녀석들과 한바탕하고

김치와 한복, 독도를 빼앗길 위기에 한마음으로 분개하다가

옹기, 온돌에 담긴 조상들의 지혜와 한글의 과학성에 감탄하고

우리나라를 지켜낸 독립투사의 애국심에 취했다가

북한과 통일이라는 생소했던 분야를 알아가는 과정에 설레어한다.

이산가족 상봉 영상을 보며 부둥켜 울었다.


흑흑, 선생님도 이상가족이죠?
불쌍해요.

(나는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다)


“이상이 아니라 이산가족, 흩어진 가족!”

“아, 떨어져 지내는 ‘이상’한 가족인 줄 알았어요.”

(웃음을 참았다)


방금 선생님 입이 태극기 같아요.


우리 혼내다가도 몰래 웃잖아요.

그때 입술이 이렇게 태극처럼 생겼어요.”


“대한민국 태극기가 제일 멋져요!”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갑자기 합창을 시작한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우리집은 부처님 믿어요.”

선생님, 보우하가 뭐에요?”


선생님 아직 눈물도 못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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