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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선령 Feb 26. 2024

13. 수업과 상관없는 말

1학년들의 말을 끊기 힘들다

아이들은 하고 싶은 말이 참말로 많다.

자세히 들어보면 8세 나름의 치열한 삶을 느낄 수 있다. 1학년 담임인 나는 그 안에서 답을 찾는다.


수업에서도 그 수많은 말들이 오가는 흐름 속에 핵심내용이 용케도 숨어있다. 물론 핵심내용을 듣기까지의 여정이 지치고 험난하긴 하지만.


그래서 나는 좋은 질문을 하려고 많은 준비를 한다.그러나 그것을 요리조리 비껴가는 아이들.

비교하는 말을 배우는 수학시간. 앞쪽까지가 수업에 필요한 말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뒷쪽을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해보인다.


수학 시간에도 예외는 없다. 뺄셈을 배우는 시간.


여러분, 13개 사탕이 있습니다.
동생에게 7개를 주면~”

“왜 동생한테 7개나 줘야 해요? 내가 다 먹고 싶은데”

“맨날 형한테 뺏겨. 형이 항상 더 먹어야 해”

“나는 다 컸다고 동생이 더 많이 먹어야 한다던데?”

“우리는 맨날 참아야 해!”

“도대체 우리는 어린거야? 다 큰거야?”


여러분, 카드가 12개, 봉투가 9개 있어요.
카드가 봉투보다~”

“선생님이 잘못 센 거 아니에요? 지난번에도 틀렸잖아요.”

“제가 봉투 양보할게요. 선생님 걱정마세요.”


수업과 상관없는 말이란 무엇일까.

아이들 삶에서는 온 세상이 이해되지 않는, 신기한 것 투성이일텐데.


대신 “선생님도 말 좀 하자!”를 같이 외치다가 목에 피가 나는 중이다.


조용히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이는 한 녀석.


선생님 저는 사탕 13개 있으면
선생님 하나 꼭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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